"북한 핵시설 전모 공개해야 6자회담 재개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미국이 최근 북한 영변 이외 지역에 추가 핵시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 가운데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시설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북한이 핵시설의 전모를 공개하기 전에 북핵 협상을 재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0일 보도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북한이 영변 핵물질 농축시설 이외의 핵 프로그램 핵심 요소의 존재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관련 협상이 열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핵 프로그램에 관한 어떤 협상도 먼저 북한이 시설 전 범위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북한이 협상 개시 단계에서 추가 핵 시설 가동을 중단할 필요는 없지만 처음부터 사실을 밝혀 협상 테이블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인혼 전 특보는 지난 4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영변 이외 지역에 핵무기 제조를 위한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국부무도 최근 의회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에서 "(영변 이외) 북한의 추가 미신고 핵시설이 존재한다는 분명한 개연성(clear likelihoood)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북핵 시설에 대한 '검증과 조사'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영변만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사찰은 결국 속임수를 써온 북한에 외교적 승리를 안겨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미국과 북한의 2·29 합의 역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범위를 영변에 국한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충분한 조치가 아니며, 북한이 영변만이 아니라 북한 전역에 사찰단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과거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방북 당시 영변 핵시설에 원심분리기 제조 시설이 없었다는데 주목하며 "원심분리기를 제3의 장소에서 제조한다면 농축도 영변에서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영변 이외 비밀 핵시설의 존재가 사실로 굳어지면 협상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해거드 교수는 "협상 대상을 영변뿐만 아니라 전체 북핵 시설 공개로 넓혀야 하는 만큼 비핵화 과정이 복잡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선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비밀 핵시설 운영이 기정사실화하면 6자회담 재개가 요원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차관보는 비밀 핵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은 크다고 보면서도 이러한 사실이 북핵 협상을 가로막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에 비밀 핵시설이 존재할 것으로 의심했다"며 "당시 북핵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 관리 가운데 누구도 모든 핵 활동이 영변에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켈리 전 차관보는 하지만 "북한에 미신고 핵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은 오히려 협상의 필요성을 더욱 높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이 수년간 우라늄 농축 활동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협상을 통해 전반적인 문제를 다룰 필요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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