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 세르비아에 "코소보 유엔가입 지지" 압박
"러' 의존 에너지 정책 전환, 나토 가입 입장 밝혀야"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양태삼 특파원 = 세르비아가 내전을 치른 코소보의 유엔 가입을 저지하면 미국은 세르비아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고 세르비아 현지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내달 초 세르비아를 방문하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세르비아가 코소보의 유엔 가입을 인정하라는 요구를 할 것이라고 세르비아 일간지 블리치가 보도했다.
알렉산다르 부시치 세르비아 총리는 최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코소보 주권 인정을 비롯해 러시아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고,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 대한 명확한 입장 등을 밝히라는 요구를 미국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블리치는 보도했다.
베오그라드 주재 마이클 커비 미국 대사도 최근 세르비아 공영방송 RTS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지지하지만, 세르비아는 남은 숙제를 마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코소보의 유엔 가입은 그간 세르비아가 고수한 '코소보 주권 불인정' 방침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블리치는 해석했다.
현지의 정치 평론가들은 이런 요구들이 2년 전 세르비아가 EU 가입을 추진하면서 합의한 '코소보와 관계 정상화'를 이행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이런 배경에서 이달 말 예정된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실무협상에 EU가 진전을 이룰 지 주목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분석했다.
세르비아는 2년 전 코소보와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으나 비자 발급이나 통신 및 교육 교류, 통행, 관세, 세금 징수 등 분야에서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코소보는 옛 유고연방이 해체하는 과정에서 1990년대 중반 세르비아와 '인종청소'의 참혹한 내전을 치렀다. 나토와 유엔의 개입으로 내전이 끝나자 코소보는 2007년 독립을 일방 선포했다.
이후 코소보는 100여개국으로부터 주권을 인정받았지만 세르비아의 우방인 러시아 등의 반대로 유엔에는 가입하지 못한 상태다.
한편 세르비아는 명실상부한 유럽 국가가 되려면 EU에 가입해야 한다고 보고, EU가 요구한 '코소보와 관계 정상화'를 받아들이면서 2018년 EU 가입을 목표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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