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된 러' 야권지도자 딸 "생명위협 느껴 해외도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 2월 말 피살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55)의 딸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러시아를 떠났다고 밝혔다.
8일(현지시간) BBC 방송 러시아 인터넷판에 따르면 넴초프의 큰 딸 잔나(30)는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협박 때문에 러시아를 떠났다면서 "(러시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체제를 비판하는 모든 사람이 수사 대상이 되거나 중상모략을 받아 감옥에 가고 죽임을 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잔나는 아버지 넴초프가 정치적 이유에서 피살됐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러시아 내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어디에 거주하고 있는지 언제 러시아로 돌아갈지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잔나는 지난 3월 중순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푸틴의 최대 비판자였고 야권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였다"며 정치적 의미에서 넴초프 피살의 책임은 푸틴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아버지 살해는 정권의 완벽한 지원 속에 이뤄졌으며 집행자는 처벌을 받지 않으리란 확신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며 "누군가가 처벌을 받는다면 실제로 책임이 있는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당국의 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뉴욕에서 유학한 잔나는 지난 2005년 모스크바의 청년 민주주의 운동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다.
넴초프는 지난 2월 27일 저녁 크렘린궁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모스크바강 다리 위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하지만 넴초프 피살 사건 수사는 3개월이 지나도록 미궁에 빠져있다.
연방수사위원회는 사건 발생 후 체포한 5명의 혐의자에 대해 8월 말까지 구속을 허가받고 집중 수사를 펼치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4명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당초 범죄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던 체첸 자치공화국 내무군 부대대장 출신 자우르 다다예프도 이후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며 자백 진술을 번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 당국은 아직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명백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