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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DB>> |
울산항 오일허브 조성시기 연장한다…사업계획 수정
타당성 용역서 '저유가·경제전망' 반영해 속도 조절키로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항 동북아 오일허브 조성사업이 애초 계획보다 수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석유공사와 울산항만공사가 건설시기를 연장하는 내용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기 때문이다.
9일 석유공사와 항만공사에 따르면 두 기업이 공동으로 지난해 12월 착수한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남항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이 최근 완료됐다.
이 용역은 울산항 동북아 오일허브 2단계 사업인 남항사업의 기본계획 검토, 설계, 경제적·재무적 타당성 분석, 사업전략 수립을 위한 것이다.
현재 막바지 보고서 수정 중이며, 다음 달 이 용역을 토대로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이 이뤄질 예정이다.
석유공사와 항만공사 측은 "어디까지나 용역은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한 것으로, 그 결과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 용역에는 애초 2020년까지로 예정된 남항사업 완료시점을 수년간 연장하는 쪽으로 변경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통용된 오일허브 조성계획은 울산 남항의 저장시설(1천850만 배럴)을 2020년까지 설치 완료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석유공사 등이 최근 국제적인 저유가 기조와 국제 경제 전망 등을 반영해 사업속도를 조절하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지난해 4월 석유공사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동북아 오일허브 추진 전략' 연구용역 결과는 2020년까지 1천850만 배럴로 계획된 울산 남항의 저장시설 규모를 650만 배럴로 줄이고, 나머지는 2024년까지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울산과 여수에 확보됐거나 설치 중인 저장시설(1천810만 배럴)과 민간 보유 시설(600만 배럴) 규모, 2020년까지 유치할 수 있는 물동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울산 남항 사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기업 사업영역 확장 평가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다시 한번 건설시기 연장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현재 정부 비축시설 민간대여와 석유정제업 등록요건 완화를 통해 4천만 배럴 규모를 상업용 저장시설로 이용할 수 있다'면서 '울산 남항에 계획된 탱크터미널 규모와 단계별 건설시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국회 예·결산 심의를 지원하고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예산정책처마저 오일허브 사업의 규모 축소 또는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사업계획이 전면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건설기간 연장으로 계획이 수정됨에 따라 석유 트레이더 등 민간자본 유치 선점에 실패해 울산항을 세계 4대 액체화물 항만으로 조성하려는 청사진의 빛이 바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계 기관이나 전문가들은 그러나 단순히 건설기간 연장으로 사업 차질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제안한 대로 저장시설 규모는 유지하되 건설시기를 단계별로 조정하는 쪽으로 결론 내려진 것으로 안다"면서 "비용편익(B/C) 분석 결과 사업타당성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사업에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병기 울산과학기술대학교 교수도 "오일허브 사업은 '얼마나 빨리 조성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면서 "싱가포르도 30년 이상 준비 과정을 거쳐 오늘날 세계 3대 오일허브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사업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시장 흐름을 관찰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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