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점프'로 한국 농락 멕시코 축구선수,시장 됐다
98프랑스 월드컵서 한국 수비수 따돌린 콰우테목 블랑코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상대를 아주 박살을 내버렸다."
멕시코 중간선거에서 수도 멕시코시티 인근 모렐로스 주의 휴양도시인 쿠에르나바카 시장에 사실상 당선된 프로축구 선수 출신의 콰우테목 블랑코(42)는 8일(현지시간) 호전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소감을 미리 말했다.
7일 치러진 선거의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지역 언론들은 블랑코 후보가 25.7%를 득표해 21.2%에 그친 경쟁 후보를 물리쳤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월드컵에 3차례 출전한 경력이 있는 블랑코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그동안 국제 경기에 등장하지 않았던 드리블 능력을 선보이면서 우리 수비수들을 농락하다시피 했던 인물이다.
멕시코팀 공격 선봉에 섰던 그가 발목 사이에 공을 끼운 뒤 뛰어올라 양쪽에서 달려드는 수비수들을 제치는 장면은 축구계에 '새로운 기술'이라는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3으로 한국이 석패한 그 경기가 끝난 뒤 우리 누리꾼들은 블랑코의 플레이를 '개구리 점프'. '토끼 뛰기' 등으로 묘사했다.
멕시코 스포츠 기자들은 콰우테목의 이름을 섞어 이 기술을 '콰테미나'(cuahtemina)로 칭하면서 특허를 부여하기도 했다.
저돌적인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해온 그는 1992년 멕시코시티의 '아메리카'에 입단해 리그 최고의 팀으로 올려놓는가 하면 미국과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에서 활약했다.
이후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맏형 역할을 하면서 간간이 경기장에 나서다가 지난 1월 소수 야당인 사회민주당(PSD)으로부터 시장 후보 수락 요청을 받은 뒤 현역에서 공식 은퇴했다.
멕시코시티 인근 극빈촌에서 태어나 나이트클럽에서 일한 적도 있었던 그는 선수로서 명성을 얻으면서 영화배우들과 무질서한 염문을 뿌리기도 했으나 축구 선수로서 인기는 식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부정부패에 쉽게 물드는 관료 출신들에 염증을 느끼고 행정에 문외한인 축구 선수 출신을 '신선한 대안'으로 선택했다고 선거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쿠에르나바카를 기반으로 삼는 사업가들은 "운동선수 출신이라서 적어도 우리 돈을 갈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선거 운동이 한창인 지난 4월 말 블랑코는 지지자들에게 유세하던 중 "여러분, PRD를 지지해 주십시오"라며 제3당인 민주혁명당(PRD)의 이니셜만을 말해 머쓱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쿠에르나바카는 멕시코 현지인들을 포함해 한국 교민 등도 주말 등을 이용해 자주 찾는 휴양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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