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대중음악팬을 미술관으로…지드래곤 무대된 시립미술관
"미술관은 미술인들만의 공간 아냐" vs "유료 상업전시 정체성 의문"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국내에서 대중문화의 젊은 아이콘과 순수예술의 장이 처음으로 만났다는 점에서 시작되기도 전에 관심을 끈 이색 전시가 8일 오후 언론에 공개됐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내 대표적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9일부터 시작하는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PEACEMINUSONE: Beyond the Stage)전이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27)이 기획에도 참여했다는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예술가 14팀(명)이 참여해 회화, 조각, 설치, 영상, 건축 작품 등을 선보였다.
원로도 아니고 한창 인기있는 20대 뮤지션이 문턱도 높고 진입 장벽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순수미술 분야에서 장르의 경계를 넘어 작가들과 '협업'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더욱 시선을 끌었다.
이를 두고 미술계에선 서울시립미술관이 "스타의 힘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이려 한다"거나 "시민의 세금으로 상업전시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가 하면 또다른 쪽에선 "신선한 발상이다" 또는 "미술 인구를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상도 많았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은 시선을 의식한듯 "팝 아이돌인 지드래곤을 미술관이 수용한 것은 미술의 저변 확대를 꾀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21세기 미래지향적 포스트 뮤지엄은 일부 엘리트가 아닌 대중을 위하고 사회통합적 기능으로 다양성을 지향한다"며 영국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의 회고전이 런던에서 열렸던 사례를 예로 들며 "미술과 팝뮤직, 순수예술과 대중문화의 결합은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관람객 유치를 위한 전시라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김 관장은 "기존 관람객에 덧붙여 젊은 관객, 팝 뮤직에 경도된 젊은이들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미술은 미술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니 모든 사람이 와서 거리 좁히기를 시도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YG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기존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로는 드물게 성인 1만3천원, 청소년 1만1천원, 어린이 8천원의 관람료가 책정됐다.
이 질문에 김 관장은 "대부분 무료 전시지만 1년에 한 번 정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전시를 한다"며 "미술관의 부족한 예산을 외부 기획사와 함께 하면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건 공공미술관으로서 할 일"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공동기획, 투자, 배분의 원칙을 정했기 때문에 결산이 돼야 정확한 투입예산을 알 수 있다며 결과가 좋으면 "서울시 세입으로 들어가 많은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 대해 미술 평론가 정준모는 "100% 자체 기획이 아니라 YG 측의 제안으로 이뤄진 전시라 하니 서울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이 대체 뭐냐고 묻고 싶다"며 "진중한 분위기로 꾸준하게 가는 미술관도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험적 전시는 별도의 미술관에서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중견 작가의 전시를 했다가 젊은 작가 전시를 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며 "미술관은 자신의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간담회 이후 공개된 전시작에는 지드래곤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먼저 '(논)픽션 뮤지엄'으로 명명된 공간에선 그가 소장한 예술작품, 가구, 지드래곤의 사진, 현대미술품 등이 소개됐다.
참여작가 방&리의 작품에선 지드래곤의 노래 '쿠데타'에서 따온 단어 'REVOLUTION'(혁명)이 배경으로 걸려있고, 손동현은 '힙합음악 연대기'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권오상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지드래곤의 사진을 수집해 재구성한 작품을 설치했으며 미국 작가 마이클 스코긴스는 지드래곤과 알아가는 과정을 작품에 담았다.
로봇이 자른 스티로폼 조각을 선보인 이탈리아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콰욜라처럼 지드래곤과 무관한 듯한 작품도 있었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장르를 허물어 더욱 많은 사람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이같은 시도가 국내에서 처음이고, 장소가 상업화랑이 아닌 서울시립미술관이다보니 이에 대한 논란이 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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