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거래·납품업체도 준비한 식자재 폐기처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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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휴업, 학교 급식 납품 농가도 고통 (용인=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경기도내 7개 지역 모든 학교가 8일부터 12일까지 휴업한 가운데 학교 급식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농가도 예상 못한 휴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얼갈이배추와 미나리, 청경채 등 채소를 납품하는 농업인이 수확을 앞둔 채소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 농업인은 지난주 300상자 농산물을 납품할 예정이었으나 휴업 사태로 70상자만 납품했으며 나머지는 수확을 못하고 있다. 2015.6.8 drops@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 |
메르스 휴업, 학교 급식자재 납품 농가·업체 직격탄
경기 600여 친환경농산물 농가 "납품량 60% 급감" 울상
중간거래·납품업체도 준비한 식자재 폐기처분 불가피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이영주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따른 집단 휴업 여파로 학교 급식자재 납품 농가와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8일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경기지역 전체의 40%인 1천401개 유치원 및 초중고, 특수학교가 휴업에 들어가면서 급식도 중단됐다.
특히 지난 5일 857곳이었던 휴업 학교가 휴일인 7일 7개 지역 휴업명령으로 500여곳이 전격 추가되면서 급식자재 납품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학교급식 납품은 크게 농·수·축산물과 공산품, 김치류 등 다섯 종류로 분기별로 학교별 계약이 이뤄지고 세부 식자재는 대체로 주 단위로 주문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도내 16개 시군에서 26개 출하조직을 통해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는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소속 600여개 농가에는 이번 휴업 사태로 60% 이상 납품량이 급감했다.
장기 보관이 어려운 아욱, 시금치 등 각종 채소(신선편의식품)를 연중 납품 일정에 맞춰 납품해왔으나 휴업 확대로 대량 폐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한석우 사무처장은 "학교로 보내려던 농산물을 시장이나 식당 쪽에 판매하려고 해도 시장 수요마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가격 경쟁력과 물류비용 문제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휴업 학교 중에는 전교생 1천명이 넘는 도심 학교가 많아 납품량으로 따지면 6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1만5천㎡ 농지에서 얼갈이 채소 등을 계약 재배하는 농민 조모씨는 지난주 300상자 농산물을 납품할 예정이었으나 휴업 사태로 70상자만 납품했다. 나머지는 수확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씨는 "지금 계절이면 농작물이 하루이틀새 다 자라 1주일도 못 기다린다. 밭을 갈아엎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사정은 중간거래 및 납품 업체들도 마찬가지이다.
과일, 감자 등 1차 식품을 손질해 1천여개 학교에 공급하는 S업체는 납품 학교 중 370개 학교가 휴업하는 바람에 손실을 보게 됐다.
이미 지난주 시작된 휴업으로 농산물과 과일 2천여만원 어치를 전량 폐기처분했다.
하루 매출액이 7억원에서 4억원으로 준 가운데 이날 오전에 뒤늦게 휴업 사실을 알려오는 학교가 있어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납품 손실뿐만 아니라 인건비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납품업체 한 지역법인장은 "보통 오후 3시부터 이튿날 오전 3시까지 작업해왔는데 지금은 오후 10시면 작업이 모두 끝나도 인건비는 기존과 같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기지역 학교에 축산물을 납품하는 한 업체의 경우 납품하던 서울·경기지역 학교 10곳이 휴업하면서 오늘 하루만 400만∼500만원의 피해를 보게 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월요일 급식에 필요한 식자재는 전주 금요일에 작업해 두는데 전날에야 휴업 소식을 받아 수백㎏이 넘는 축산물을 납품하지 못하고 쌓아두고 있다"며 "학교급식용 고기는 냉동 보관도 안 되고 도축일로부터 10일 이내인 것만 납품하기 때문에 상당량을 폐기처분해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이날 메신저를 통해 각 교육청에 "휴업 시 사전에 업체에 통보하고 무리하게 반품해 업체에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게 해달라"는 내용을 긴급 통보했다.
이미 납품된 식자재를 무리하게 반품을 요구하지 말고 반품이 어려운 식자재의 경우 복지시설 등에 지원하도록 주문했다.
휴업한 학교에서는 납품 조정 이외에 조리종사원 복무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도내 학교에 근무하는 조리종사원 1만4천명 가운데 4천454명이 전격 휴업령이 내려진 7개 지역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연간 275일 근무 조건으로 계약된 조리종사원들은 교직원과 같이 휴업기간 출근해야 하지만 수업일수가 연장될 경우 유급으로 추가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마다 혼선을 겪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에 따라 휴업 기간을 무급 휴일로 처리해 쉬게 하되 학교별로 합의가 안 될 경우 재량휴업일(4일 유급)을 활용하거나 연가 및 공가를 사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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