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우려' 휴업 중 초등학교 돌봄교실도 텅 비어
갈 곳 없는 학생 위해 개방했지만 등교 학생 거의 없어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적막한 복도와 불이 꺼지고 문이 잠긴 교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 강남권의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8일부터 사흘간 휴업에 들어가면서 평소 같으면 시끌벅적했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이 학교는 휴업 기간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전날 학부모들에게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방과후 돌봄교실을 정상운영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돌봄교실 참여 대상 44명 중 6명의 아이들만 등교했다.
돌봄교실에 참여하는 학생 외에도 등교를 원하는 학생을 위해 학교 도서실을 개방했지만 찾는 학생은 없었다.
등교한 학생들은 전원 체온계로 발열체크를 하고 손소독제로 깨끗이 손을 씻고 나서 교실에 입장했다.
돌봄교실 임모(36·여) 교사는 "학부모들이 메르스에 대한 우려로 돌봄교실도 많이 안보내셨다"며 "아예 학교 휴업 기간 아이를 시골에 보내겠다고 하신 학부모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평소 같으면 학년별로 20여명씩 가득 찼을 교실에서 1학년 4명, 2학년 2명만이 수업을 받았다.
평소에 자유시간이 없던 아이들은 메르스는 걱정도 안 된다는 듯 밝게 웃으며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1학년 학생 A(7)양은 "엄마가 주말도 없이 매일 출근해 바쁘셔서 학교에 왔다"며 "평소에는 자유시간이 많이 없는데 놀아서 좋다"며 친구들과 천진난만하게 놀았다.
임 교사는 "돌봄교실은 방과후 프로그램인데 오전 교육이 갑자기 정해져 우선 오늘 오전에는 안전하게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오후 과정은 원래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정해진 휴업과 돌봄교실 운영에 급식도 못 받게 된 학생들은 전날 안내에 따라 집에서 도시락을 싸왔다. 일부 준비해 오지 못한 학생들은 김밥으로 대체했다.
2학년 학생 A(8)군은 "집에서 계란말이, 밥, 김 등을 싸 왔다"며 "학교가 3일간 휴업해 숙제를 안 해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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