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총장 문답 "공동조사단, 대응적정성 평가·추가조치 등 결정"
"한국, 과학지식과 연구능력 갖춰 확산 통제할 것…'WHO와 협력'에 감사"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세계보건기구(WHO) 마거릿 챈 사무총장은 8일 "내일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WHO와 한국정부의 공동조사단은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출신의 챈 WHO 사무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WHO와 한국정부의 공동조사단 활동 목표 중의 하나는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하는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공동조사단은 아울러 지금까지 대응조치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추가 조치 또는 전략적 조정의 필요성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챈 총장은 그러나 "한국은 매우 강력한 과학적 지식과 연구능력을 갖추고 있어 바람직한 공중보건 조치 등이 병행되면 메르스 확산을 통제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국민과 정부가 힘을 합해 메르스 진전 상황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발병 즉시 통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챈 총장은 아울러 "개인적 경험을 볼 때 전염병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 등으로 많은 정부가 WHO와 전염병 발생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을 꺼린다"면서 "한국 정부가 신속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WHO와 협력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챈 총장과의 일문일답.
-- 홍콩에서 조류인플루엔자(H5N1)와 사스(SARS)가 유행했을 당시 방역 활동의 최전선에서 지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의 경험에 비추어 한국 국민에게 해줄 수 있는 충고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 모든 질병이 처음 나타났을 때에는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메르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질병이 한 나라에 처음 들어오게 되면 의사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연구소 역시 환자의 샘플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전염병학자도 접촉을 통해 노출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을 제대로 못 한다. 홍콩에 지난 1997년 조류인플루엔자, 2003년에 사스가 유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훌륭한 의료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많은 의사와 전문가들이 있다. 한국은 빨리 질병의 메커니즘을 파악할 것이다.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비록 병원 내 감염으로 환자 수가 증가했지만 적절한 의학적 대응을 통해 메르스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지금까지 한국정부의 대응이 충분했다고 보는가.
▲ 지금까지 메르스로 확진된 환자는 최초 감염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초기의 감염은 의사들이 메르스와 같은 질병이 한국에 들어왔다고 의심하지 못하는 사이에 발생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중동이나 다른 국가에서 들어오는 전염병을 막고 확산을 최소화하는 여러 조처를 해왔다. 한국의 연구소들은 국제적 수준이며 장비들도 잘 갖춰져 있다.
WHO와 한국 정부의 공동조사단(Joint mission)은 지금까지 대응조치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추가 조치 또는 전략적 조정의 필요성 등을 결정할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 중동에 비교해볼 때 한국에서 메르스의 감염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빠른 확산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지난 2012년 메르스 바이러스가 처음 나타난 이후 병원 내 감염이 이 질병의 특성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지난해 봄 대형병원이 관련된 메르스 감염이 발생했었다. 이 질병은 현재 한국에서 보고되는 것처럼 병원 시스템을 통해 폭넓게 나타난다.
지금까지 연구결과 첫 감염자를 얼마나 빨리 확인하고 격리시키는지, 접촉자들을 추적하고 관찰하는 것의 효율성 그리고 감염 예방과 병원 통제를 위한 적극적 조치의 적용 등이 메르스 확산 차단에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메르스를 처음 겪어보는 국가에서 메르스 환자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또한,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여러 가족 구성원이 병간호하는 한국의 사회 문화적 전통 또한 병원 내 감염 확산에 일정부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
이번 WHO와 한국정부 공동조사단의 활동 목표 중의 하나가 빠른 확산의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 한국에서는 메르스가 병원 내 감염에서 지역 감염으로 확산할 것인지가 큰 관심사이다. 지역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조치는.
▲ 국민이 우선 소문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정보에 따라 행동할 필요가 있다. 또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 수를 줄여 잠재적으로 메르스에 노출될 수 있는 사람을 최대한 적게 해야 한다. 접촉을 통해 메르스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는 즉시 격리조치를 해야 한다. 국민과 정부가 힘을 합해 메르스 진전 상황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발병 즉시 통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항상 환자와 사망자가 나오는 것은 물론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국민과 정부의 공동 책임의식과 상호 신뢰는 이러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개인적 경험을 볼 때 이러한 사회적 비용 때문에 많은 정부가 종종 WHO와 질병 발생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기를 꺼린다. WHO는 이런 측면에서 한국 정부가 신속하고 개방적 태도로 WHO와 협력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 한국의 기후 조건은 중동 지역과 매우 다르다. 이런 요인이 두 지역 간의 메르스 확산속도나 사망률, 변종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가.
▲ 기후 조건 특히 습도와 온도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용 가능한 자료들을 놓고 볼 때 이런 요인이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확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 한국은 WHO의 여러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는 대표적 국가 중 하나이다. 그러나 미국은 메르스에 대해 공기 전염 가능성까지 대비해서 방역대책을 세웠다. 중동지역을 주요 대상으로 한 WHO의 메르스 가이드라인이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이나 홍콩에는 너무 느슨한 것은 아닌가.
▲ WHO 가이드라인은 좋은 의료 지침들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의료 지침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는 나라별로 다를 수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메르스 환자를 확인하고 접촉자를 추적하는 이런 표준적인 가이드라인을 수행하기 훨씬 어렵다고 할 수 있다.
-- WHO가 한국의 메르스 확산에도 여행이나 국경 통제 등은 필요하지 않다고 지속적으로 권고하는 이유는.
▲ 한국은 현재 새로운 메르스 환자나 감염 가능성이 있는 접촉 대상자들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WHO는 아직 병원 내 감염과 달리 지역사회에서 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메르스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 메르스는 아직 치료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볼라 발병 때처럼 WHO가 메르스 백신 개발을 주도할 계획은 있는가.
▲ WHO는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백신 개발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WHO가 백신 연구·개발(R&D)에 직접 관여했던 사례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뇌막염 백신이다. WHO는 비정부기구인 PATH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아프리카 뇌막염 벨트에서 사용하도록 했다.
또한, 지난 10개월간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도록 에볼라 백신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조정했다. 이 결과 새로운 전염성 질병에 대한 의약품 개발을 촉진하는 `연구·개발 청사진'을 마련했다.
현재 여러 연구 그룹들이 메르스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고 일부 후보 백신들은 사전임상시험 단계까지 와 있다. WHO는 이들 연구기관과 협의해 WHO의 연구·개발 청사진을 활용해 연구개발을 더욱 촉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한국의 메르스 확산 여부에 대해 전망을 한다면.
▲ 한국은 매우 강력한 과학적 지식과 연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능력과 바람직한 공중보건 조치 등이 함께 병행되면 메르스 확산을 통제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미생물의 세계에서는 끊임없는 돌연변이와 적응이 생존의 메커니즘이다. 전염병의 앞으로 추이에 대한 전망은 매우 어렵다. 놀라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질병을 통제하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9일 활동을 시작하는 WHO와 한국정부의 공동조사단은 구체적 답변을 찾아내는데 아주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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