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시대 강대국 정보기관 업무 대부분이 대테러전"

편집부 / 2015-06-07 07:00:02
MI6, CIA 민낯 그린 '새로운 정보기관의 탄생'에 수록

"탈냉전시대 강대국 정보기관 업무 대부분이 대테러전"

MI6, CIA 민낯 그린 '새로운 정보기관의 탄생'에 수록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영화 '007'의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가 요즘의 영국 비밀정보국(MI6)에 일한다면 싫증을 느껴 관둘지도 모른다."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진영 정보기관의 업무는 007, 미션 임파서블, 본(Bourne) 시리즈, 트루 라이즈 같은 첩보영화 속의 박진감 넘치고 화려한 액션과는 거리가 멀다.

적국에서 위험한 첩보 공작을 하거나 자국 정보기관에 잠입한 이중간첩의 정체를 은밀히 파헤치는 전율감 넘치는 방첩 활동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신 두 국가 정보기관이 보유한 시간과 자산 75% 이상이 탈냉전시대의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한 테러와의 전쟁에 투입된다.





더구나 미 국가안보국(NSA)에 의한 무차별 개인정보 실상을 폭로하고 러시아에서 도피 생활 중인 전직 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으로 정보기관의 '합당한' 활동에 제동이 걸렸지만, 테러범 등 '나쁜 놈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활개를 치는 것도 숨길 수 없는 모습이다.

초법적인 미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 제3국 인도 공작의 실상 등을 파헤쳐 유명세를 치른 영국 로이터통신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스태픈 그레이는 최신작 '새로운 정보기관의 탄생'(The New Spymasters)에서 서방을 대표하는 두 나라 정보기관의 민낯을 그대로 소개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주간지 더스펙테이터는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인간정보(휴민트)의 중요성이라고 지적한다. MI6, MI5(국내정보국), GCHQ(정보통신본부), DIA(국방정보국) 등 양국의 정보기관들은 정확도를 높이려고 기술정보 의존도를 확대하는 데 대해 경보음을 울린다.





그는 "인간정보는 취약하고 불확실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한 이해 및 검증과 기본적인 상식이 없다면 치명적인 오류가 잇따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인간정보의 폐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든 것이 2003년 미국과 영국에 의한 이라크 침공작전 직전의 상황이다. 당시 MI6와 CIA는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를 확보했다는 증거 확보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2000년 독일에 망명한 '커브볼'(Curveball)이라는 암호명을 가진 이라크인의 거짓 정보는 '단비'나 마찬가지였다.

이라크 망명자는 후세인 정권이 이동식 생물무기연구소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전문 정보요원이 아닌 생화학무기 전문가 앞에서 늘어놓았다. 결국, 그의 이런 거짓 주장은 서방 측 정보기관들에 사실로 인식됐다.





이를 바탕으로 2003년 2월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은 유엔 연설을 통해 후세인 정권의 WMD 보유 사실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결국 후세인 정권을 무력으로 붕괴시키려던 미국과 영국 정부에 이런 거짓 정보는 침공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반면 기술정보의 한계와 인간정보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수행한 드론(무인기) 공작이다. CIA가 전화 통화 도청을 통해 반정부 무장단체 탈레반의 주요 지휘관으로 판단해 드론 공격으로 폭사시킨 사람은 선거 운동원들과 출장길에 나선 지역의 유력 인사로 밝혀졌다. 만약 사정에 밝은 정보요원이 개입했다면 이런 치명적인 실수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강대국 정보요원들이 제임스 본드처럼 인식되는 것을 경계한다. 또 그런 환상은 깨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레이는 "강대국 정보기관들은 자국 요원들을 공작원으로 거의 이용하지 않고 대신 공작 대상 국민을 공작원으로 고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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