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메르스 공포의 악순환 고리 끊으려면
국민 신뢰 회복이 해결의 관건…정확한 정보제공도 중요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공포보다 빨리 전파되는 것은 없다(Nothing spreads like fear)'.
한국사회를 휩쓰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이보다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은 없을 듯하다. 공포가 공포를 낳는 형국이다. 출퇴근길 마스크를 쓴 모습은 낯설지 않다. 부모들은 애들을 놀이터에조차 보내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700개 넘는 학교가 휴교에 들어갔다. 휴교하는 학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음악회 등 각종 행사는 취소됐다. 마트 매출은 줄고 온라인몰 식품 매출이 늘었다. 산업현장도 비상이다. 중국 등 외국여행객의 한국여행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이 모든 게 메르스로 말미암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기를 겁내서다. 이런 사회경제활동의 위축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에 더 깊은 주름살이 패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일어난 데는 분명 방역 당국의 책임이 크다. 메르스의 전염력이 약하다고 안이하게 판단해 초기 대응에 실패한 탓이다.
방역망을 너무 느슨하게 펼친 탓에 급기야 최초 환자에게 옮은 2차 환자에 의해 3차 환자와 사망자가 동시에 나왔다. "메르스 전염력이 별것 아니며, 3차 감염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드물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 방역 당국은 허를 찔렸다. 방역 당국이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둑이 한번 무너지자 대중의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4일 새벽 새로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날 현재 전체 메르스 환자는 35명으로 늘었다. 이 중에서 2명은 숨졌다. 3차 환자는 2명이 추가되면서 5명이 됐다. 메르스 환자 중에는 환자를 진료한 의사 5명도 들어 있다. 일단 방역 당국은 3차 환자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은 '병원 안 감염'으로 병원 밖 지역사회로까지 무차별적으로 번지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 수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자고 나면 어김없이 새로운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린다. 3차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다. 대중의 불안과 걱정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국내 전문가들의 조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는 지금까지의 메르스 사태 진전상황을 총괄할 때, 적어도 '대유행'이나 '대란'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대중에게 충분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한 일반 시민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괴담은 퍼질 수밖에 없다면서 방역 당국의 당면 해결 과제로 '신뢰 구축'을 첫손으로 꼽았다. 바닥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게 사태 해결의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 사실정보 제공 이상의, 제대로 된 '의사소통' 또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낸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도 국민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방역 당국의 초기 방역 대책의 문제점이나 허술함을 비난하고 질책하기보다는 사태가 더는 악화하는 것을 막고 이른 시일 내 종식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메르스를 이기려면 먼저 공포부터 이겨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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