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행정…음식점 영업정지 시작되는 날에야 통보
부산 금정구 소송 져…법원 "불복절차 준비·집행대비 시간 줘야"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부산 금정구청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 음식점에 영업정지 처분을 하고도 미리 통보하지 않고 영업정지가 시작되는 날에야 알리는 황당한 행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민의 생계수단인 음식점에 영업정지라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서 절차조차 지키지 않아 행정의 신뢰를 잃은데다 재판에서 져 원고의 소송비용까지 물어주게 됐다.
부산지법 행정단독 허준서 판사는 삼겹살 음식점을 하는 A씨가 금정구청장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7일 자신이 운영하는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의 음식점에서 형의 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했다가 적발돼 금정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37일 처분을 받았다.
금정구청은 착오로 A씨에게 영업정지 처분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영업정지 기간 개시일 전날 A씨에게 전화로 고지했고, 행정처분 문서는 영업정지 개시일인 지난해 11월 11일에야 A씨에게 내어줬다.
허 판사는 절차 위반과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이유를 들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허 판사는 "행정청이 국민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할 때는 사전에 통지하고 문서로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면서 불복방법에 관한 사항까지 알려줘 불복절차를 준비하거나 처분의 집행에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청이 행정처분 통보를 제때 하지 않는 바람에 A씨가 집행정지 신청 등 사건 처분에 대해 다툴 기회를 배제했기 때문에 위법하고, 37일간의 행정처분도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넘어서 항소심 판결 선고 때까지 영업정지 집행을 정지한다"고 설명했다.
구청 측은 "담당자 실수로 행정처분 통보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점을 인정한다. 행정처분을 다시 내리려고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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