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주기 빨라진다…'방송인듯 광고인듯' 풋티지 열풍
방송 캐릭터 그대로 빌려와 광고…"단발성 늘고 짧은 기간 승부 영향"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1. 케이블채널 tvN 프로그램 '삼시세끼'에 출연하는 배우 이서진이 등장한다.
강원도 정선의 시골집에서 그는 부채로 불을 피우며 '어깨 운동'을 한다. 설거지는 '손목 운동', 도마 위에 가지런히 채를 써는 것은 '손가락 운동'이다.
운동복 차림으로 시골집 처마 아래 선 그는 몸을 풀며 "사는 게 다 스포츠야"라고 말한다.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가 최근 선보인 광고의 한 장면이다.
#2. 케이브채널 올리브TV에서 '오늘 뭐 먹지'를 진행하는 개그맨 신동엽은 이번에도 '마이너스의 손'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 아일랜드 앞에 선 그는 연거푸 식기를 떨어뜨리는 등 난항을 겪는다. 글라스락으로 위기를 면한 그는 마지막에 특유의 표정 연기로 "단단하니까 좋지?"라고 외친다.
이처럼 방송인 듯 광고인 듯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과 연계한 '풋티지(footage) 광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콘텍스트(context) 광고'라 부르기도 한다.
그 소재는 '삼시세끼', '미생', '꽃할배', '응답하라 1994', '왔다 장보리' 등 방송에서 인기몰이했던 '대세' 프로그램 혹은 주인공이다. 프로그램 속 호감 이미지를 그대로 제품으로 연결짓는 것이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4일 "풋티지 광고는 2∼3년 전 케이블 방송의 뷰티 관련 프로그램과 함께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며 "방송이 끝나면 곧바로 좀 전에 소개됐던 뷰티 제품 광고가 이어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드라마나 예능의 특정 상황 혹은 작품 속 캐릭터를 새로 편집, 광고에 접목하는 것이지만 더 '은밀'하거나 '과감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저녁 방송 메인뉴스 마지막 일기예보에 맞춰 제품광고를 내보냈다. 비가 온다는 날에는 방수 재킷을, 볕이 좋다는 날에는 등산화를 광고하는 식으로 방송과 연계방식의 광고를 내보냈다.
최근에는 아예 프로그램 속 장소나 물건을 그대로 갖다 쓰기도 한다. 방송국에서도 적극적이어서 아예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부터 광고제작사와 협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크게 볼 때 이 같은 흐름은 광고의 유통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과 관련 있다.
기존에는 장동건, 전지현 등 톱모델을 내세워 대량으로 쏟아내는 기업 광고가 주를 이뤘다. 이때는 치밀한 기획과 한 줄의 명 카피가 중요하다.
"엘라스틴 했어요"(엘라스틴 샴푸), "또 하나의 가족"(삼성) 등은 고심에 고심을 거쳐 나온 '대형 광고'들이었다.
광고주나 광고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비가 적게 든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무작정 이미지가 좋다고 몸값 비싼 모델을 찾지는 않는다.
최근 드라마나 예능에 출연해 '떴다'거나 '호감형' 이미지를 얻는 등 계기가 있을 때 광고주들이 모델을 찾는 경우가 많다. 제품의 노출도도 높고 제작비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광고주로서는 일거이득이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광고가 드라마나 예능에 편승해 효과를 보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단발성 광고 제작이 늘어나고 짧은 시간에 승부를 봐야 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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