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휴업한 학교서 수업듣는 학생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여파로 이틀째 휴업 중인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부득이한 이유로 등교한 학생들이 교실에서 교육활동 중인 모습. |
메르스 대책 우왕좌왕…학교도 교사도 교육청도 혼선
"휴업 기준 모호 눈치만"…일부 지역 임의로 감기증상 조사로 혼란 부추겨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허술한 방역망이 여론의 질타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학교도, 교육청도 대응에 혼선을 겪고 있다.
3일 경기도교육청과 교원단체, 각급학교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2일 인터넷 공식 블로그에 메르스 대책과 관련해'등교중지, 휴업, 휴교 관련 규정'을 공지했다.
공지한 규정 중에서는 '의심환자 1명시 등교정지(해당학급), 의심환자 2명시 학년휴업, 의심환자 3명시 임시휴업, 확진환자 1명시 휴교(휴업)'라며 학교 휴업결정 단계별 판단기준을 도표로 제시했다.
이 기준은 2011년 교육부의 '학교 감염병 예방관리 매뉴얼'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이날 각급학교에 내려 보낸 지침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대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에 근거해 학교장 판단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체 휴업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블로그에 게시된 휴업기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사후조치 중심 규정이자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규정"이라고 지적하면서 잘못 공지된 사실이 확인돼 하루 만에 삭제됐다.
아울러 한 교육지원청은 도교육청의 지침 없이 관할 학교를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이상 증세를 보인 학생 현황을 조사해 혼선을 부추겼다.
2일 이뤄진 이 조사는 세부적인 판정기준이나 과거 통계와 비교도 하지 않은 채 고열·구토·감기·기침 등의 증세를 보인 학생 1천421명이라는 통계만 외부에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도교육청은 뒤늦게 "계절적 특성이나 일교차로 인한 기후적 특성이 반영된 통상적인 규모인 것으로 추정되나 사안을 중대성을 고려, 정확성을 기하고자 도내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 조사결과에 대해 보도 자체를 요청했다.
학교들도 메르스 확산에 대한 루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2일 도내 처음으로 휴업한 A초등학교의 경우 학생 2명과 교사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잘못된 소문이 돌자 학교장이 전교생 학부모들에게 해명 글을 보내는 등 루머 차단에 나섰다.
A초등학교 교장은 이 글을 통해 "하루가 참 힘들었습니다…○○ 어린이 2명이 확진을 받았다…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전국이 발칵 뒤집혔을 것입니다…여교사가 감염되었다…이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지역 B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메르스 환자 2명이 격리조치했다는 내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그러나 확인 결과 메르스 환자 발생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 가족을 둔 남매가 등교중지된 것일 뿐 감염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휴업 결정에 대한 교육부와 복지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교직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17개 시도교총협의회 회장인 장병문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 회장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휴업을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의학적 정보와 자료를 일선학교에 제공할 것과 교육당국 차원의 통제를 적극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휴업으로)학생은 등교하지 않고 교원만 등교했다가 만약 교원이 감염되면 학생에게 전염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교육당국 차원의 명확한 지침과 통제를 요구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학교현장은 상급기관의 눈치만 보고 지시만 기다리는 상황이고 학교장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는 사이 3차 감염의 가능성은 더 커져 학부모, 학생, 교사의 불안감은 더해간다"며 더욱 신속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이어 "최소 인원만 근무해도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데도 교사 전체가 하는 일 없이 출근해 감염 가능성만 높이는 사례가 있다"며 "불안에 떨던 학부모들이 몰려와 학교장에게 항의하며 휴업을 요구하기 전까지 학교장이 인근 학교의 눈치만 본다는 보고도 들어온다"고 전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