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행보를 알려면 CIA보고서 대신 톨스토이를 읽어라"

편집부 / 2015-06-03 18:22:06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사령관 "러시아 문학작품이 러시아 해부 렌즈"
△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사령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푸틴의 행보를 알려면 CIA보고서 대신 톨스토이를 읽어라"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사령관 "러시아 문학작품이 러시아 해부 렌즈"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과 러시아를 알려면 케케묵은 냉전시대 용어로 가득찬 중앙정보국(CIA) 보고서,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녹취록,인공위성 정찰사진, 뜻모를 말로 가득찬 정치학자들의 분석 따위는 집어치우고 고골리,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솔제니친을 읽어라?





나토(NATO) 사령관을 지낸 미국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터프츠대 플레처법외교대학원장은 2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러시아 문학이 푸틴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크렘린의 결정들을 강렬하고 집약적인 문장으로 설명해준다"고 단언했다.

러시아 문학에 대한 조예를 바탕으로 한 그의 주장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소설에서 보듯 "러시아인들은 제재의 고통을 극복하는 데서 역설적인 쾌락을 발견할 것이기에, 경제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그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과신해선 안된다"는 식이다.

이 소설은 스탈린의 소련 시대에 억울한 간첩죄를 뒤집어 쓰고 시베리아 강제수용소 10년형을 받는 주인공이 수용소의 온갖 부조리와 비인간적 상황 속에서도 적응해나가며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러시아 제정시대에 한 남자가 지주들을 찾아다니며 죽은 농노들의 이름을 사는 기이한 행각을 둘러싼 얘기인 고골리의 '죽은 영혼들'을 소개하며 "이 소설은 러시아인들이 세계를 무언가 터무니없고 모순적인 것으로 본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지도자가 웃통을 벗어젖힌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세계에 과시하고 애완용시베리아 호랑이와 노는" 나라인 러시아에선 이러한 터무니없는 것에 끌리는 성향이 있다는 것.

이 소설이 인간세상의 가장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면을 끄집어 내고, 갑작스러운종결을 맺는 점 등은 일관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징조라고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풀이했다.

러시아인들이 외세와 어떻게 싸울 것이고 어떤 지도자를 추종할 것인가 알고 싶다면 톨스토이의 대서사 '전쟁과 평화'를 읽어야 한다고 그는 추천했다.

러시아인들의 전쟁수행 능력에 대한 자부심, 오늘날 러시아 민족주의 경향에 기름을 끼얹는 뿌리박힌 애국주의를 보여주는 이 소설은 러시아가 그 거대한 땅덩어리로 인해 나폴레옹을 포함해 어떤 외세도 정복할 수 없는 나라임을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또한 이반 뇌제에 이어 표트르 대제가 나타났듯,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지도자가 늘 새롭게 떠오를 것으로 믿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설명했다.

그는 "(서방에) 나쁜 뉴스는 푸틴 후계자는 (푸틴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의 "비극적 모순들"로 가득 찬 주인공 라스콜니코프가 살인을 저지른 뒤 소냐라는 여성을 통해 죄를 고백하고 벌을 받는 것으로 구원받는 것을 러시아인들의 자아상으로 연결시켰다.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선함과 정당함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갖고 있다. 실수란 것은 옳음으로 가는 노정에 늘 따르기 마련인 것으로 본다. 그들은 문자 그대로 죄와 벌 양자를 믿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브리디스 전 사령관은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에서부터 동성애자에 대한 처우에 이르기까지 유럽을 포함한 서방과 점차 유리되면서 점점 서방의 "규범들"을 거부하고 점점 더 "딴 사회", "과거 본래의 장소"가 돼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을 "그저그런 또 하나의 큰 나라라고 보기보다는 그보다 더 큰 어떤 것의 상속자들로 간주"한다고 그는 주장하고 "러시아인들은 압력을 받아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강인하며 그것을 누구보다도 오래 견딜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것에서 도착적인 기쁨을 누린다"고도 말했다.

그가 러시아 문학작품들을 통해 파악한 러시아인들의 성향은 "동맹을 맺는 것에 회의적이며 외국인을 혐오하고 민족주의적이며 다른 모든 이들의 동기에 거대한 의심을 품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한 핵심 인물에 대한 묘사인 "분노는 젊은 심장에 너무 일찍 묻혀버렸으나, 그 심장은 많은 선을 간직하고 있다"는 대목을 인용하고 "젊은 푸틴에 대한 묘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고공 인기를 누리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지지 이유라는 뜻이다.

그는 러시아를 해부하는 "진정한 렌즈는 문학"이라며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은 문학가들을 러시아만큼 존경하는 문화권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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