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프트뱅크, 쿠팡에 10억달러 투자 배경 뭘까
"전망 있는 이커머스 기업 투자" vs "인수·합병 의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일본 소프트뱅크가 국내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에 10억달러(약 1조1천억 원)를 투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소프트뱅크는 재일동포인 손정의(孫正義·58, 일본명 손 마사요시) 씨가 회장으로 있는 세계적인 IT기업이다.
한국판 아마존을 추구해온 쿠팡은 물류 거점 확보는 물론 배송까지를 지향하는 자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5조5천억원 정도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이커머스기업으로서 성장성을 인정받아 투자 유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쿠팡은 작년 5월과 11월 미국의 세쿼이어캐피탈과 블랙록으로부터 각각 1억달러, 3억달러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소프트뱅크의 이번 투자로 모두 14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게 됐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소프트뱅크가 전세계적으로 훌륭한 IT 투자자인 만큼 쿠팡의 재무적인 경쟁력뿐만 아니라 우리의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김 대표는 "쿠팡은 온라인 쇼핑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차세대 이커머스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고 이를 계속 리딩해 나갈 수 있도록 재투자를 이어 갈 것"이라며 "쿠팡을 한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이커머스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케시 아로라 소프트뱅크 부회장은 "쿠팡은 이미 한국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리더이며 전세계 IT기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혁신기업 중 하나"라며 투자 배경을 밝혔다.
그는 "쿠팡은 모바일에 대한 기술력, 고객서비스 그리고 창의적인 배송 서비스 모델 등을 통해 전세계 이커머스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소프트뱅크가 쿠팡의 지속적인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는 사실에 매우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 역시 "소프트뱅크는 전세계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고 각 영역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혁신적인 사업가들을 지원함으로써 성장하고자 한다"며 "쿠팡이 이커머스를 더욱 혁신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국내 여타 통신판매업체와는 달리 전국 단위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자체배송 시스템을 갖춰 판매부터 배송까지 책임지는 다이렉트 커머스(Direct commerce) 모델을 추구하는 쿠팡의 사업 방식에 매력을 느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75%를 넘고 스마트폰 뱅킹 사용자도 4천만명을 뛰어넘는 전자상거래 적격 환경을 갖춘 우리나라 여건에 매력을 느꼈고, 쿠팡의 기업 가치를 높게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이번 투자가 손정의 대표의 전망 있는 해외 스타트업(벤처기업)에 대한 전형적인 투자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손 회장이 중국 알리바바, 인도 전자상거래업체 스냅딜,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인 슈퍼셀 등에 대한 투자와 마찬가지로 쿠팡에 대해서도 미래를 보고 투자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이 지난 2000년 2천만 달러(약 207억원)를 투자해 현재 지분 32.4%를 보유한 중국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해 말 그대로 '대박'을 거뒀다. 슈퍼셀 역시 '클래시 오브 클랜' 게임으로 세계적으로 대히트했다.
그러나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규모는 작은 데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이 뛰어들어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 구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소프트뱅크가 다른 의도를 가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소프트뱅크의 이번 투자로 김범석 대표가 쿠팡의 대주주 자리를 유지하지만 투자방식은 신주 발행을 통한 증자에 소프트뱅크가 참여하는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볼 때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의도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쿠팡을 인수·합병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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