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순 감독 "'연평해전' 다큐영화라도 만들 생각했다"
저예산으로 촬영 시작…국민 성원으로 7년 만에 개봉
"천안함 폭침도 다뤄보고싶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영화 만들 돈이 없다면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라도 만들겠다고 생각했어요. 단편 독립영화를 많이 만들어봐서 자신 있었죠. 독립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돈이 아니라 작품의 창작과 예술성에 승부를 걸거든요."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연평해전'의 제작과 감독을 맡은 김학순(61) 감독은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은 "돈이 없어서 이번 영화를 못 만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상업영화보다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정신력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2002년 기획·연출·각본을 맡은 '비디오를 보는 남자' 이후 13년 만에 장편 영화에 도전하는 것이다.
주로 단편영화를 많이 만든 김 감독은 "월드컵 열기 속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군인들의 희생과 업적이 잊히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나도 해군 병장 출신이라 (연평해전 전사자들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배급만 되면 영화를 만들어 무료로도 상영할 의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평해전'은 제작부터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제작비가 떨어지면서 촬영이 중단된 적도 있고, 배급사가 중간에 바뀌기도 했다.
김 감독은 2013년 6월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인터넷 모금) 방식으로 부족한 제작비를 모으기 시작했다.
3차에 걸친 펀딩으로 약 8억9천만원이 모였고, 해군 부녀회 등으로부터 후원이 이어지면서 20억원에 달하는 기금이 만들어졌다.
이번 영화의 총 제작비는 80억원으로, 이렇게 국민 성원으로 모인 금액은 순제작비 60억원의 3분에 1에 해당한다.
연평해전 제작진은 이런 대국민 성원에 대한 보답으로 영화 엔딩크레디트에 약 11분에 걸쳐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7천여명의 이름을 올렸다.
김 감독은 "5천원권 문화상품권을 보낸 고등학생, 푼돈을 모아 꽉 채운 돼지저금통을 모아 전달한 가족을 생각하며 영화를 정말 잘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북한 고위급 간부로 출연한 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촬영 막바지였는데 제작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었다"며 "까만 옷을 입고 앉아만 있어도 북한군 분위기가 난다는 한 스태프의 얘기를 듣고 출연했는데 연출이 잘된 것 같다"면서 웃었다.
그는 이번 영화를 7년에 걸쳐 준비하면서 연평해전과 유가족들에 대한 많은 자료와 이야깃거리를 축적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그간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연평해전'의 속편인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기회가 닿으면 천안함 폭침도 다루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영화가 상업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한 사람이라도 더 '희생'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일각에서 영화가 정치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최대한 중립적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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