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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밤(현지시간) 멕시코 남부 게레로 주의 한 투표소에 괴한들이 들이닥쳐 투표용지를 강탈한뒤 이를 불태우고 있다.(출처=Notimex) |
선거 앞둔 멕시코 투표용지 10만여장 방화·도난(종합)
교육 개혁 반대 교원노조 조직적 방해…정부 "교원평가 보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7일(현지시간) 중간선거를 앞둔 멕시코에서 교육 개혁안 시행에 반대하는 강성 교원노조가 투표소를 공격해 기물을 부수는가 하면 투표용지를 강탈해 불에 태우는 등 소요를 일으키고 있다.
남부 오악사카 주와 게레로 주의 투표소 서너 곳이 최근 며칠 새에 교원노조원들로부터 공격을 당해 투표용지 10만여 장이 불태워지거나 도난당했다고 멕시코 선거위원회의 발표를 인용해 현지 언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복면을 쓴 20여 명의 괴한이 투표소에 들이닥쳐 기물을 파괴해 투표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했다.
선거위원회 측은 불태워지거나 도난당한 투표용지를 모두 무효로 하는 한편 용지를 다시 인쇄하기로 했다.
로렌소 코드로바 선거위원회 위원장은 "범죄조직보다 오히려 교사들이 선거에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2013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정부가 교원 평가제 도입과 교사직 매수 및 대물림 등을 금지하는 교육 개혁안을 마련하자 교원노조는 수개월간 거리시위를 벌이면서 강하게 반발하다가 숨을 죽였으나, 선거를 앞두고 다시 요구 사항을 들고 나왔다.
오악사카의 교원노조는 원주민 등을 가르치는 시골 학교의 교사들에게까지 일괄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며, 교원 평가가 교사들을 대거 해고하기 위한 징벌적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교원노조의 선거 방해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 주말 "추가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어 교원 평가를 무기한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의 이러한 결정에 야권에서는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편을 들려고 개혁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집권 제도개혁당(PRI)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주도로 야당인 국민행동당(PAN), 민주혁명당(PRD)과 '멕시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해 정치, 교육, 통신, 에너지, 조세 등 각 분야의 개혁 법안을 마련했다.
멕시코 교육 관련 20여 개 시민단체도 성명을 내고 "교원 평가를 보류하는 것은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더욱 심각한 것은 협박에 굴해 정책 실행이 꺾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원노조는 제도개혁당이 1929∼2000년까지 71년을 연속 집권하는 동안 정계와 유착해 인사권을 장악하고 교사직을 매수하거나 상속하는 등 교육계를 쥐락펴락해왔다는 것이 교육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등의 대체적인 평가다.
페냐 니에토 정부가 마련한 교육 개혁안은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는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받았으나, 선거를 앞두고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최근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 교육의 경쟁력 순위는 144개국 중 118위로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방글라데시, 볼리비아, 시에라리온 등의 국가보다 뒤져 있다.
한편, 작년 9월 게레로 이괄라 시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과 결탁한 갱단에 끌려가 피살된 교육대 학생들의 친인척들과 지지자들도 사건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투표를 방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방하원 500명, 주지사 9명, 시장 900명을 선출하는 멕시코의 이번 중간선거는 2012년 12월 출범한 페냐 니에토 정부와 집권 제도개혁당의 국정 운영 성과를 평가받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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