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 주역' 콜 전 총리 중환자실서 3주째…위중한 듯
메르켈 정치적 후견…동지적 관계였으나 소원해져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통일의 주역이자 역대 최장 기간 총리를 지낸 헬무트 콜(85)이 장(腸) 수술을 받고 3주 동안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지내고 있다고 슈피겔 온라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독일의 한 현지 언론이 콜 전 총리의 건강 악화 소식을 보도한 것을 토대로 추가 취재한 결과를 담은 기사에서 이같이 전했다.
슈피겔 온라인은 콜 전 총리 주변 인사들을 인용해 그의 건강 상태가 위중하다고 밝혔으나, 해당 병원으로부터는 환자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뚜렷한 의견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4일 콜 전 총리는 고관절 수술을 받았고, 이후 재활 과정을 거쳐 건강을 회복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고 대중지 빌트는 보도한 바 있다.
콜 전 총리는 2008년 계단에서 넘어져 뇌진탕을 겪은 이후로는 줄곧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지내왔다.
콜 전 총리는 무엇보다 독일 전통의 중도우파 정당인 기독교민주당(CDU) 당수로서 1982년부터 1998년까지 총리를 지내는 동안 1990년 동·서독 통일을 이끌고 유로화 도입과 유럽 통합 심화를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독 총리에 이어 동·서독 통일 정부의 총리를 역임한 것은 그가 유일하다.
그는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으로 우뚝 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첫 통독 정부의 초대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발탁하며 오늘날 메르켈의 정치적 고속 성장을 크게 도왔다. 당시 메르켈은 공산정권이 무너지고서 잠시 국정을 책임진 동독 마지막 정부에서 부대변인을 지낸 이력이 고작이던 풋내기였다.
그러나 CDU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추문에 휩싸여 위기에 몰리는 과정에서 메르켈 당시 사무총장으로부터도 공개적으로 공격받아 큰 타격을 입었고, 그 이후 두 사람은 멀어지면서 예전의 동지적 관계를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지난 4월 85세 생일을 맞은 콜 전 총리에게 "당신은 독일의 축복이었다"라는 내용의 축하 글을 전하는 것으로 가까이 다가서며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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