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 허탕치고 건진 보물 민관식 간찰

편집부 / 2015-06-02 17:33:34
갑신정변 전후 지방관이 받은 인사청탁 문건

토론토에서 허탕치고 건진 보물 민관식 간찰

갑신정변 전후 지방관이 받은 인사청탁 문건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해외로 나간 우리 전적(典籍) 자료 조사를 벌이던 국립중앙도서관은 2012년 3월에는 캐나다 제일의 명문이라는 토론토대학으로 조사를 갔다. 한국 자료는 이곳 동아시도서관이 소장 중이었다.

이 조사에서 확인한 한국 자료는 99종 308책에 이르는 문집(文集)과 실기(實記)류였다. 그렇지만 큰 '발견'은 없었다.

희조일사(熙朝일<車+失>事)는 정리자(整理字)라는 금속활자본이기는 하지만, 그 가치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었으며 나머지 책도 대부분 19~20세기 발행본이었다. 그나마 응계선생실기(凝溪先生實記)가 영조 6년(1730) 간행본으로 비교적 이른 시기 판본이었다.

한데 실망한 조사단원 이혜은 학예연구사 눈에 이상한 종이 박스가 눈에 띄었다. 이것이 뭐냐고 담당 사서에게 물어보니 최근 한국인이 기증한 고문서라고 했다. 대략 살피니 고문서는 2001년 9월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한 민석홍(閔碩泓)·윤경남(尹慶男) 씨 부부가 2006년에 기증한 '여흥민씨 문중 간찰' 뭉치였다.

고문서는 피봉(皮封·봉투) 260점과 고문서 623점으로 구성됐다. 우선 급한 김에 이들 자료를 모두 디지털로 촬영한 조사단은 귀국해서 내용 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이들 문건은 333건으로 재분류됐다. 이를 형식으로 세분하면 간찰 293건이며 기타 40건이었다. 간찰 중 3건은 한글이었다.

간찰은 수취자를 파악할 수 없는 5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관식(閔觀植·1825~1886)임을 확인했다. 수취한 시기별로 파악하고 보니 가장 이른 시기 간찰이 고종 18년인 1881년 1월 23일 아들 병석(丙奭)이 아버지 민관식에게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수취 시기가 확실한 간찰은 대부분 고종 21년(1884) 2월 이후 이듬해(1885) 7월까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민관식은 고산현감과 공주판관으로 재직했다. 민관식은 본관이 당시 기세등등한 고종비 민비와는 같은 여흥민씨. 민씨 세도 정치의 중심 역할을 하는 민병석(閔丙奭·1858∼1940)의 생부다.

이 때문인지 그가 받은 간찰은 분석 결과 대부분이 인사 청탁 내용이었다. 특히 이 무렵이 갑신정변이 일어난 격동기였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이혜은 학예사는 "토론토대학 소장 민관식 간찰은 여흥민씨 척족정치의 실상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조선 말기 지방관을 지낸 그가 받은 편지를 통해 과거와 벼슬 청탁 등 당시 사회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은 이들 고문서 원문과 해제를 도서관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www.nl.go.kr/korcis)를 통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그간 연구성과를 공개하는 학술대회를 5일 도서관 디지털도서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 여흥민씨 민관식가(家) 간찰의 자료적 특징(김효경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 ▲ 캐나다 도서관의 첫 한국 고문서 : 여흥민씨 민관식가 고문서의 수집과 활용(이혜은·김하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아시아도서관장) ▲ 지방관의 칭념(稱念) 서간을 통해 본 조선 말기 사회상(김현영 국사편찬위원회 연구편찬정보화실장) ▲ 갑신정변 전후 여흥민씨의 동향(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장)과 같은 발표가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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