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배당성향 평균 17%…주요 51개국 중 꼴찌
1위 체코와 56%포인트 차이…일본기업보다 낮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주요 51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20%대를 밑돌아 꼴찌를 기록했다.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상장기업들의 배당성향이 증가세에 있지만 다른 나라 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2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5월 31일 기준)은 평균 16.75%로 집계 대상 51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한국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은 1위인 체코(72.87%)보다 50%포인트 이상 낮았다.
호주(70.91%)와 핀란드(69.07%), 뉴질랜드(65.49%), 영국(63.36%), 포르투갈(63.26%)이 배당성향 2~6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51.61%·18위), 프랑스(50.49%·20위), 브라질(44.84%·32위), 독일(38.92%·37위), 미국(35.87%·42위) 등도 한국보다 20∼35% 포인트 가량 높았다.
아시아 주요국을 봐도 대만(47.69%·24위), 태국(46.05%·28위), 인도네시아(37.42%·39위), 홍콩(37.18%·40위), 중국(31.57%·43위), 일본(27.96%·47위)의 배당성향이 한국보다 높았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말한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아간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낮은 것은 성장성 둔화와 불확실성 증가에 따라 배당정책을 보수적으로 잡고 투자자금을 확보하려고 유보금 축적을 선호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장사 가운데 소유와 지배가 동시에 이뤄지는 기업들이 많아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짠물 배당'을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관투자자들의 소극적인 자세도 기업이 배당 곳간을 적극적으로 열지 않는데 한몫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외국과 비교해 한국의 기관투자자들은 소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한 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보유지분을 정리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의 배당성향은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달 말 배당성향은 작년 말(14.91%)과 1년 전(13.13%)과 비교하면 상승했다.
다만, 최근의 증가세는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기업들이 화답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어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압박 속에 기업들이 배당을 늘렸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수치 면에서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주주 환원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도 한국의 배당성향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올해 미국 주식시장에서 500대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액을 합친 금액이 처음으로 1조달러(1천94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의 배당액은 최근 4년간 매년 평균 14%씩 올라 올해 배당총액이 4천억달러(4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주주들에게 인색하기로 소문난 일본 기업들도 기업 이익 증대와 연기금의 배당 확대 요구 등으로 주주 환원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노무라홀딩스에 따르면 일본의 3월 결산법인 기업들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은 1년 전보다 76% 늘어난 총 12조8천억 엔(약 114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일본에서 주주환원이 강해지는 것은 저성장 기조에서 투자에 주저하는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FT는 "선진국, 신흥국의 경기 우려에 더해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미국 우량기업들이 투자보다는 주식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 환원과 투자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이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려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주주 환원책 강화로 개인이 보유한 주식이 오르면 소비도 증가하는 선순환을 낳는다는 것이다.
반면, 배당을 중시해 투자를 등한시하면 수요 부진, 일자리 감소 등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황세운 실장은 "배당 확대가 기업 투자 기회를 훼손한다는 것은 배당성향이 현저히 낮은 한국 상황과는 괴리가 있다"며 "외국에서는 배당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는 하지만 한국에 적용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