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위해 일선행정 강화해야"…지자체에 더 많은 권한 배분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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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서울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지방자치 종합계획 설명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
<민선자치 20년> ④ 지방행정체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책임 읍면동제로 행정효율 확대…2017년께 지방자치 개편방안 확정
"주민 위해 일선행정 강화해야"…지자체에 더 많은 권한 배분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민주주의의 고향'으로 불리는 지방자치가 20년간 시행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4천여개에 달하던 시도, 시군구, 읍면동 등 행정구역은 전반적으로 숫자가 줄었다. 도시화로 인해 시의 숫자는 늘어나고 군의 숫자는 많이 줄었다. 같은 맥락에서 읍의 숫자는 증가하고 면의 숫자는 감소했다. 동은 행정비효율을 줄이고자 통폐합되면서 크게 줄었다.
이렇게 지방행정의 외형에 큰 변화가 계속된 가운데 정부는 올해부터 책임 읍면동 제도를 도입해 지자체의 하부행정기관 체계를 줄여 주민들의 접근성과 참여, 행정효율성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지방행정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직속기구인 지방자치발전위원회도 대도시의 자치구를 폐지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장기적으로 추진 중이다.
행정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체감할 수 행정을 위해 일선 행정을 강화하고 '송파 세모녀' 같은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쪽 자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고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더 많은 권한을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구청 일, 책임 읍면동 사무소가 대신한다
1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행정구역은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 전인 1994년 3천985곳에서 작년 기준 모두 3천767곳으로 218곳 줄었다.
20년 새 울산이 광역시가 됐고, 세종특별자치시·제주특별자치도가 생겼다. 시는 7곳 늘어 75곳이 됐지만, 군은 53곳 줄어 83곳이 됐다. 구는 28곳 늘어 102곳(자치구 75곳+일반구 33곳), 읍은 38곳 늘어 216곳이 됐지만, 면은 61곳 줄어 1천196곳, 동은 181곳 줄어 2천76곳이 됐다.
통상 지방자치단체가 하부행정기관을 두는 것은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민참여를 늘리고, 주민의 입장을 더 많이 반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하부행정기관이 여러 체계로 층층이 나뉘어 있으면 주민들은 인허가나 복지, 안전관련 민원이 있을 때 어느 체계로 가야 할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또 중층구조로 조직과 체계가 겹쳐 행정비효율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행정체계의 중층화를 피하려고 책임 읍면동제를 도입, 올해부터 경기 시흥과 군포 등에서 시행 중이다. 앞으로 세종시와 부천시, 남양주시, 진주시에서도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책임 읍면동이란 2개 이상의 읍·면·동을 묶고 그 중 대표 읍·면·동에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부여, 본래 기능에 더해 기초자치단체(시군구청)의 주민편의 기능까지 함께 제공하도록 한 곳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현재 50만명 이상 대도시가 되면 몇 개 동을 묶어 구청을 설치하는 게 허용되는데, 구청을 설치하는 대신 책임동 내지 대동에서 시청업무까지 폭넓게 처리하도록 하는 예가 있다.
김성렬 행자부 지방행정실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한 곳에 가면 한 번에 인허가나 안전, 복지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행정의 비효율과 중층구조를 없애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방자치발전위, 특별·광역시 자치구·군 폐지 추진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작년 말 수립한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의 세부시행계획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논란이 됐던 특별시와 광역시 소속 자치구·군 의회 폐지와 서울시를 제외한 구청장·군수 임명제 전환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후속조치를 만들고, 세부방안을 보완해 2017년께 개편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자치제도는 지방의회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의회를 폐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자치구를 폐지하고, 지방자치권한을 축소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기초의회 폐지 문제는 사실 17대 국회와 18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됐던 사안이다.
특별·광역시의 자치구는 기원이 행정편의 차원에서 정한 행정구로, 자치권역으로서의 성격이 약하기 때문에 동-자치구-특별·광역시로 이어지는 중층구조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게 위원회 관계자의 지적이다.
차라리 시의원을 증원하고,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하는 게 시의원과 구의원을 중층으로 두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 밖에 성남, 용인, 수원, 창원 등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정시로 이름붙이고 특례를 확대하는 방안을 하반기에 입법화할 계획이다.
또 구속력 있는 중앙과 지방의 협의체를 만들기 위해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중앙·지방 협력회의 설치에 관한 법률을 올해 말까지 제정, 내년부터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 전문가들 "현장행정 강화하고 사각지대 없애야"
지방행정 전문가들은 지방행정단위 체계가 줄어들고, 단순화하는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주민의 관점에서 좋은 행정체계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중심으로 돌아가 일선행정을 강화하고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더 많은 권한을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준현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20년간 광역행정구역은 늘었지만, 기초행정구역은 시군통합과 군의 시승격, 면의 읍 승격 등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했다"면서 "정부가 올해부터 추진 중인 책임 읍면동제도도 중층적 체계를 단순화하는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0만 이상 대도시에 설치되는 일반구 외에 자치구 폐지에 관한 논쟁도 지속되고 있는데, 과연 자치구가 주민의 자치권을 반영해줄 수 있는 체계인지는 의문"이라며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아닌 주민의 관점에서 좋은 행정체계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책임 읍면동제는 행정이 현장행정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설계됐다"면서 "1999년에 읍면동의 기능을 상당 부분 본청으로 옮겼는데, 주민들이 체감하는 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일선행정을 강화하고 '송파 세모녀' 같은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치권은 자치조직권과 자주재정권 두 가지인데,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이 두 권한을 안 주고 있으니 반쪽 자치밖에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은 "지방자치가 이뤄지려면 지방재정과 자치권한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서울시와 25개 구청장이 분권 확대와 재정분담 현실화 방안을 협의하는 자치분권정책협의회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광역자치단체가 먼저 기초자치단체에 재정과 권한을 양보하겠다는 것으로, 이런 모델이 중앙과 지방 정부의 관계로도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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