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사들, 홍콩으로 사업 확장 잇달아
홍콩서 국내 양대 경매사, 하루에 266억 미술품 팔아(종합)
단색화 인기에 작가기록 경신…크리스티선 한국작품 89억 판매
경매사들, 홍콩으로 사업 확장 잇달아
(홍콩=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31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잇따라 경매를 열어 하루 만에 266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팔았다.
크리스티 홍콩에선 전날부터 이틀간 '아시아 20세기 & 동시대 미술 경매' 이브닝 세일과 데이 세일에 출품된 한국작품 43점 중 42점이 판매돼 판매총액 6천282만 홍콩달러(약 89억8천만원)를 기록했다.
주말과 휴일 홍콩에서 크리스티의 한국 작가 작품 판매액과 국내 경매사의 실적을 더하면 최소 355억원이 넘는다.
각 경매사가 내놓은 설명을 종합하면 김환기, 박수근 등의 작품이 고가에 판매된데다 단색화가 국내외 컬렉터들에게 함께 인기를 얻으면서 안정적이거나 높은 가격에 낙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서울옥션·K옥션 같은 날 해외서 경매 대결
서울옥션이 이날 저녁 그랜드하얏트 호텔 2층에서 연 제15회 홍콩 경매의 총 낙찰액은 1억506만 홍콩달러(약 150억원)로 집계됐다.
출품작 95점 가운데 88점이 낙찰돼 낙찰률은 92.63%였다.
특징적인 것은 단색화 화가 박서보의 '묘법 No.3-82'가 490만 홍콩달러(7억원), 윤형근의 '무제'가 220만 홍콩달러(3억5천만원), 정상화의 '무제 88-7-1'이 430만 홍콩달러(6억1천만원)에 각각 판매돼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경매장에선 일부 작품에 경합이 벌어지면서 긴장감이 이어졌고, 열기 끝에 작품이 낙찰되면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현장에선 한국인뿐 아니라 중화권을 포함해 외국인 컬렉터의 모습도 보였다.
서울옥션은 2008년 홍콩 경매를 시작한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고미술품 19점을 홍콩 시장에 선보였는데, 1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찰됐으며 낙찰총액은 37억원이다.
경매 초반에는 경매장이 가득 찼지만, 후반에 열린 고미술 경매에는 꽤 많은 사람이 자리를 떠난 상태였다.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소장됐던 것으로 80여년 만에 공개되는 조선 시대 도자기 '백자청화송하인물위기문호'(白磁靑畵松下人物圍碁紋壺)가 출품작 최고가인 13억5천700만원에 판매됐다.
서울옥션은 이 도자기는 "1939년 문명상회 이희섭이 조선총독부 후원을 받아 개최한 한국 고미술 전람회에 출품됐던 유물"이라며 "문명상회가 일본으로 반출한 문화재는 전람회에 진열한 것만 1만4천516점 정도로 파악되는데, 당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K옥션은 이날 오후 1시 같은 호텔 11층 풀하우스에서 연 제2회 홍콩 경매에서 85점의 미술품을 판매해 수수료를 포함 116억원의 판매총액을 기록했다.
이날 경매에는 95점 중 85점이 낙찰돼 89.47%의 낙찰률을 보였다.
출품작 중 최고가로 제시됐던 박수근(1914~1965)의 '목련'은 판매가 19억6천887만원을 기록했다.
경매에 나온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이우환, 하종현 등 단색화 작가 작품 대부분은 추정가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판매됐다.
전날 열린 크리스티 홍콩이 고가 작품으로 구성한 이브닝 세일에선 산을 그린 김환기의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이 1천384만 홍콩달러(19억8천여만원)에 최종 판매됐다.
크리스티 홍콩 측은 단색화 작품이 모두 강세를 보이는 등 세계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고 이날 진행된 데이 세일에선 단색화뿐 아니라 동시대 한국 작품까지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 경매사들, 홍콩으로 사업 확장…단색화 인기 지속
홍콩에서는 크리스티, 소더비 등 세계 양대 경매사가 활동하고 있고 아시아권 최대 아트페어(미술품 장터)로 불리는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고 있다.
K옥션은 아시아 주요 경매사들과 2008년 홍콩에서 연합경매를 시작하다가 지난 3월 첫 단독 홍콩경매를 아트바젤 홍콩에 즈음해 현지에서 열었다.
이 회사는 당시 "최근 몇 년 사이 홍콩 미술시장이 전세계에 대세로 성장함에 따라 다져온 기반을 토대로 시장을 공략하고자 이번 경매를 준비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서울옥션은 30~31일 홍콩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100여점의 에디션 작품과 20여점의 원화로 '프린트 베이커리' 홍콩 론칭을 기념하는 전시를 했다.
프린트 베이커리란 국내외 작가 80여명이 참여해 제작한 한정판 판화작품을 디지털 프린트 방식으로 제한된 수량으로 제작,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서울옥션은 이와 관련해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과 더불어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단색화의 인기가 꾸준하며 상승세에 있다는 분석도 다시 한번 힘을 얻게 됐다.
최근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고가 낙찰 작품이 이어지자 일부에선 미술품 시장이 과열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