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파 딜레마 틈새 노려 '이슬람 심장' 겨누는 IS

편집부 / 2015-05-31 15:19:30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서 시아파 겨냥 잇따른 테러


종파 딜레마 틈새 노려 '이슬람 심장' 겨누는 IS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서 시아파 겨냥 잇따른 테러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2주 연속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시아파 모스크(이슬람사원)에 가한 자살폭탄 테러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갈등을 유발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 테러 모두 이슬람교의 주 예배가 진행되는 금요일에 시아파 성도를 노렸다는 점에서 시아파를 자극하려는 종파적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IS는 지난해 11월3일에도 시아파의 중요한 종교행사인 '아슈라'를 준비하던 사우디 동부 알아흐사의 시아파 마을에서 총기를 난사해 7명을 죽였다.

중동의 테러단체들은 상대 종파의 종교행사나 모스크를 공격함으로써 적의를 표현하곤 한다.

IS의 잇따른 습격을 받은 사우디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IS가 자국 내 외국인이나 수니파를 공격했다면 대응 논리는 간단하지만. 시아파에 대한 공격은 예민하고 다층적인 의미가 있어서다.

살만 사우디 국왕까지 나서 IS를 엄벌하겠다고 천명하고, 왕세자가 이례적으로 피해자를 문병했으나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IS는 이번 시아파 모스크 테러 뒤 이들이 정작 겨누는 상대는 '이교도 시아파'가 아니라 사우디 왕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 왕실의 종교적 신념은 수니파 원리주의로 분류되는 와하비즘이다. 와하비즘의 교리 자체가 이슬람 경전 꾸란을 그대로 구현하자는 데 있는 만큼 시아파는 물론 수니파의 다른 종파마저도 배격하는 보수적 경향이 강하다.

국가 전반에 깔린 이런 종교적 배경 탓에 15∼25% 정도로 알려진 사우디 내 시아파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서 정부의 홀대를 받아왔다.

수니파의 비중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시아파의 수도 무시할 만큼 적지 않은 탓에 시아파에 대한 통제는 여성의 운전 허용 여부보다도 더 심각한 사우디 왕정의 딜레마다.

너무 억누르면 폭발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고 이들에게 유화정책을 폈다가는 와하비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사회의 주류인 보수 수니파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정부의 차별을 받는 시아파의 소외감과 반정부 정서도 상당히 곪은 상태다.

실제로 2011년 '아랍의 봄'때 인접한 바레인의 시아파가 수니파 왕정을 상대로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 이에 영향받아 사우디 동부 시아파 지역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격렬했다.

사우디 정부는 군대를 동원, 시아파 시위대 약 20명이 숨지고서야 겨우 진압했다.

사우디 정부의 시아파 딜레마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 11월3일 사우디 법원은 유명한 수니파 작가 미클리프 알샴마리가 알아흐사 총기난사 사건 사망자의 시아파 유족을 위로했다는 이유로 징역 2년과 태형 200대를 선고했다.

이 총기난사 사건이 난 이튿날 사우디 문화장관이 전격 해임된다. 이를 두고 현지에선 그가 이 사건의 피해자인 시아파를 오히려 비판적으로 보도한 위성방송 알웨살의 송출을 일시 중단하라고 지시하자 수니파의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사우디 정부 내부에서 시아파 문제를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가 혼재한다는 점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IS는 시아파를 겨냥한 잇따른 테러로 이런 딜레마에 빠진 사우디 왕실을 묘한 지점에 떨어뜨려 놨다.

시아파를 종교적으로 자극해 사우디내 시아파의 반정부 여론을 고조시켜 사회적 불안 수위를 높이면서도 사우디 왕실이 아닌 자신이 수니파 원리주의의 '적통'임을 과시하고 있다.

주목해 볼 만한 사실은 IS가 신봉하는 수니파 원리주의는 모태인 알카에다에 직접 영향을 받았고, 알카에다의 종교성은 사우디 와하비즘의 극단적인 형태라는 점이다.

이들이 시아파에 테러를 자행하면서 '정화한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이런 극단적 성향을 방증한다. 사우디의 강경 보수 수니파 일각에선 IS가 이란을 위시한 시아파의 중동내 세력확장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우호적인 평가도 실재한다.

즉, IS는 사우디 본토의 시아파를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의 기준으론 이미 세속화한 사우디 왕정을 교체하고 이슬람의 성지에서 '칼리파 제국'을 재건한다는 야망을 선동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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