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영인 미국 LA 국제태권도축제 조직위원장
"미국서 태권도는 예의·배려 중시 무도로 인기 높아"
(인더스트리<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에서 태권도는 개인의 기량 연마를 넘어 이웃과 공동체에 기여하는 무도 스포츠로 인기가 높습니다."
전영인(61) YIC 태권도장 관장은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인더스트리 엑스포센터에서 개막한 '2015 국제태권도 페스티벌'에서 "태권도는 한류의 원조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태권도 페스티벌은 전 관장이 1994년 개최한 월드 태권도 페스티벌이 모태가 된 LA 지역의 유일한 태권도 축제 한마당이다.
미국 내에서 '마스터 전'으로 불리는 전 사범은 전북 군산 출신으로 1980년 한국을 떠나 미국에 발을 디뎠다.
그는 1990년 스페인에서 열린 대학선수권대회 때 미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스티븐 로페스가 남자 68kg급에서 한국의 신준식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지켜봤다.
전 관장은 "1994년 뉴욕에서 4개국 초청 태권도 친선대회가 열렸는데 재미가 너무 없었다"면서 "기왕이면 제대로 된 대회를 열어 태권도 열기를 확산시켜보겠다는 생각에 국제태권도 페스티벌을 창설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제태권도 페스티벌을 해마다 열면서 숱한 우여곡절과 경제적 손실을 겪었다.
전 관장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목수와 페인트회사에 다니면서 마련했던 집과 태권도장까지 팔아야 했다"면서 "사명감과 약속 때문에 페스티벌을 접지 못 하고 이어가고 있다"고 웃었다.
실제로 가족은 물론 주위에서는 전 사범에게 "돈 안 되는 대회는 그만 하고 이제 실속 좀 차리라"며 걱정어린 충고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대회 스폰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면서 "하지만 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대회를 개최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 관장의 헌신적 노력으로 국제태권도 페스티벌은 미국 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회로 발돋움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의 공인을 받아 WTF 랭킹 포인트도 쌓을 수 있는 대회로 위상도 커졌다.
그는 "국제태권도 페스티벌을 만 21년째 진행해오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발돋움시켰다는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태권도 인기가 확산된 계기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다.
전 관장은 "미국에서 태권도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실제로 태권도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현재 미주 전역의 도장 7천여 곳에서 150만여 명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태권도는 미국에서 예의와 배려를 중시하는 무도로 인기가 높다"면서 "미국 부모들이 아이들을 태권도장에 데려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전 관장은 현재 각종 국제대회에서 전자호구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태권도 인기를 떨어뜨리는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설픈 발차기로도 점수를 딸 수 있는 게 바로 전자호구 시스템"이라며 "슬로우 모션으로 보면 발로 전자호구를 찼다기 보다 살짝 건드린 것뿐인데 이게 점수로 연결되니 관객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 관장은 "미국에서 '한류의 원조' 격인 태권도 저변 확대를 위해 한국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쏟아줬으면 한다"면서 "삼성이나 현대, LG 등 대기업에서 스폰서를 받아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슈퍼볼 광고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쓰면서 우리 국기인 태권도에는 관심이 덜하다"면서 "미국 50개 주에 7천여 곳의 도장이 있는 만큼 광고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 관장은 축구·야구 등 다른 종목처럼 태권도도 국가대항전뿐만 아니라 클럽이나 도장 중심의 팀 경기로 발전시켜 많은 수련인이 국제무대 경험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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