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철도협력기구 가입되면 남북 경제교류 본격화될 듯
남북, 내달 2일 철도회의 참석 …남북 관계개선 전환점
정부 "여형구 국토부 차관-전길수 북한 철도상 회의 참석"
국제철도협력기구 가입되면 남북 경제교류 본격화될 듯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이상현 기자 = 남북한 정부 대표가 다음달 2일부터 몽골에서 열리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숙원사업의 하나인 OSJD 가입안을 논의한다.
만약 이번 회의에서 한국의 OSJD 가입안이 통과되고 '한반도 종단철도'의 첫 단추가 꿰어지면 한미 합동군사훈련 이후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남북한이 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다음달 2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OSJD 장관회의에 한국 대표로 여형구 국토교통부 차관, 북한에서는 전길수 철도상이 참가한다고 31일 밝혔다.
이와 관련, 여형구 차관은 "이번 장관회의에는 한국의 OSJD 정회원 가입이 의제로 올라왔다"며 "한국이 OSJD에 가입하게 되면 한반도 종단철도 건설사업이 가속도를 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OSJD는 러시아, 중국, 북한을 비롯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28개 국가의 철도협력기구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를 통한 대륙철도 운행을 위해서는 가입이 필수적이다.
만약 이번 회의에서 한국의 OSJD 가입이 성사되면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종단 및 대륙철도 시범운행' 사업에 가속도가 붙는 것은 물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 관계개선에도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가 경의선을 이용해 신의주 및 나진까지 운행하는 한반도 종단열차를 추진중"이라며 "남북 종단열차는 유라시아 국가를 하나로 연결하는 교통망의 핵심 고리가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한국은 지난 2003년 OSJD 정회원 가입을 추진했으나 북한의 반대로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OSJD 사장단 회의에서 한국의 정회원 가입 안건이 북한 묵인하에 회원국 만장일치로 장관회의 의제로 채택되면서 조심스럽게 승인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 차관은 "OSJD 가입은 북한을 포함한 정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예단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그동안 가입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개별적으로 접촉한 회원국들은 대부분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과 직접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회원국이 도와주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북한도 우리 가입의사를 전달받았을 것"이라며 "한국 가입은 북한뿐 아니라 유라시아 전체에 도움이 되기에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가 한국의 가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점도 가입 성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반도 종단철도' 사업이 러시아산 유연탄을 철도와 항만을 활용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직결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러시아도 우리의 가입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지난 27일 서울에서 개최된 OSJD 사장단 서울회의에서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은 "한국의 가입은 시간문제고,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으로서 가입에 긍정적"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야쿠닌 사장은 "한반도 종단철도 사업에 대해 북한의 철도 담당 기관 이상의 상위 수준에서 긍정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해 북한의 변화된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러 친선의 해' 개막식에서는 트루트녜프 러시아부총리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의 연결사업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북한, 러시아, 중국과의 물류 운송 체계 마련에 주력하는 개최국 몽골이 운송망 확대를 위해 북한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지도 있다.
여 차관은 "OSJD 가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맥을 같이 한다"며 "철도망을 중심으로 교통, 통신망을 연결해 유라시아 국가를 하나로 연결하면 새로운 경제·사회적 부가가치가 창조되고 평화 구축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정회원 가입 여부와 별개로 이번 회의 자체가 남북이 한반도 종단철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여 차관은 "OSJD 정회원이 되면 폴란드 바르샤바에 인력을 파견해 북한측 직원과 함께 근무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철도 사업과 관련해 일단 대화의 물꼬가 터지고 관계가 이어지면 속도가 붙지 않겠는가"라고 예상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번 회의를 통해 남북한 철도 연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면 남북 관계개선에 큰 의미가 있으리라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각에서는 여 차관이 몽골에서 장관회의 기간 북한 측 대표인 전길수 철도상과 조우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최근의 남북관계 경색 국면과 오랜 시간 북한이 가입 불가 입장을 고수해온 점을 고려하면 입장 변화가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남북 관계상 북한이 쉽게 호응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 입장을 받아들여 진전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철도는 남북한 경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북한이 과거 철도를 국방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이제는 산업적 관점에서 활용 방안을 고민중인만큼 철도 연결이 산업 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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