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②'책임도박 시스템' 도입이 먼저(참여연대 이헌욱 변호사)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선상 카지노 내국인 출입 허용이 내국인 카지노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크루즈의 높은 승선료와 선상 카지노의 제한적인 이용 시간 때문에 도박 중독으로 이어지기에는 이용에 부담이 있지만, 도박 문제의 폐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도박이 확산하고 그에 따른 도박 중독의 심각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사행사업자가 도박의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에 대한 고민 없이 내국인에게 카지노의 문을 여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박규제네트워크 사무총장을 맡은 이헌욱 참여연대 변호사는 "도박문제 감시·통제 시스템, 이용자보호 및 출입제한 시스템 등 책임 도박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상 카지노 등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추가하는 것은 합법의 탈을 쓴 불법 도박장에 늘리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변호사의 입장이다.
▲이헌욱 참여연대 변호사(도박규제네트워크 사무총장)
선상카지노뿐 아니라 내국인 카지노 확대 정책에 대하여 반대한다. 현재 운영 중인 카지노가 도박문제를 최소화할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박은 생리적 흥분을 유발하는 몰입형 놀이다. 모든 놀이가 다 몰입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도박은 특히 몰입의 정도가 심하다.
도박의 부작용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도박중독 문제다. 과도한 도박은 개인에게 스트레스, 우울증, 분노, 건강 악화, 자살 등의 문제를 일으킴은 물론이고 가족 간의 대화 단절, 가족의 무시, 가정폭력, 재정적 어려움, 파산, 실직 등을 초래해 가족관계를 파탄시킨다.
도박은 단기적으로는 사행산업 내 고용이 증대하는 효과가 있지만 주변의 생산업에서의 고용이 감소하는 효과를 유발한다. 사행심을 조장해 근로의욕 감퇴, 경제 생산성 하락을 가져올 수 있고 이는 결국 성장잠재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선상 카지노 내국인 출입 허용 이전에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행산업은 단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불법 도박과 도박 중독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 허가만 받았다고 합법 사행산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박중독을 예방하는 안전장치를 갖춰야 비로소 적법한 사행산업이 되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도박의 확산과 그에 따른 도박문제의 심각성이 증가함에 따라 책임 도박 정책이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다. 사행산업의 합법화 추세 속에서 정부와 사행사업자는 도박의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이용자 역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국가가 종합적 접근을 통해 도박의 부정적 영향을 예방할 수 있는 '책임 도박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책임 도박에서 책임은 이용자뿐 아니라 사행산업 감독기관 및 주관부처(정부), 사업자, 그리고 이용자 모두가 도박행위에 있어서 도박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제공, 규제 정책 시행 등을 통해 미리 이용자가 도박중독으로부터 예방되도록 할 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이러한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이용자가 도박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자카드제도, 사행산업영향평가제도, 핵심종사자면허 등 도박문제 감시 및 통제시스템이나 배팅제한, 자가한도설정 등 이용자보호 및 출입제한 제도, 게임기록 보관 및 열람 제도, 도박문제 보고 제도 등 카지노를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선진적인 제도들이 전혀 정비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를 추가하는 것은 합법이라는 탈을 쓴 불법도박장을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크루즈 탑승료를 고려할 때 선상 카지노가 육상 카지노에 비해 이용 부담이 있으므로 도박문제 완화에 조금 장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도박문제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어림없는 주장이다.
전자카드제도를 비롯한 각종 이용자보호 제도와 도박문제 통제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한 도박문제의 폐해는 선상카지노라고 하더라도 육상 카지노와 별다를 바 없다.
외국과의 경쟁 때문만이 아니라 도박문제 최소화를 위해서도 제대로 된 카지노 정책이 절실하다.
책임 도박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서 카지노를 이용해도 도박중독자가 양산되지 않고 불법도박을 합법도박으로 흡수하여 도박문제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카지노를 추가 개설하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선상 카지노의 경우에도 안전장치를 충분히 갖추고 나서 추진한다면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안전한 카지노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돈벌이만 하려고 하는 행태에 있다. 이것은 또 다른 세월호를 만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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