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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낮 기온이 29도를 기록한 2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 아스팔트 도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
'폭염·가뭄' 이상기후에 몸살앓는 지구…취약층 보호 절실
전문가들 "엘니뇨·지구온난화" 지목…"고온현상 더 강해질 것"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채새롬 기자 = 한반도가 '5월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상기후 징후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도에서 살인적인 폭염에 며칠 새 1천여명이 숨지고 미국에서는 최근 120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는 등 기상 이변이 확산하는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외를 막론한 이 같은 이상기후 징후의 원인으로 엘니뇨와 지구온난화를 지목하고 있다.
◇ 폭염·가뭄·토네이도…몸살 앓는 지구
인도 남부를 중심으로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27일 현재 이번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
인도 남부의 텔랑가나 주(州)와 안드라프라데시 주에서 지난주부터 지금까지 최소 1천118명이 숨졌다. 사망자 대부분은 집이 없는 노숙자로 알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4년째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은 비는 오지 않고 적설량이 줄고 있다. 호수의 수위는 계속 내려가는 등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최근 '120년 만의 재앙'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집중호우와 폭풍 역시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미국 오클라호마 주와 텍사스 주에서는 토네이도와 폭풍의 영향으로 최소 9명이 숨지고 30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늘고 있다.
동태평양의 엘니뇨 현상에 따른 해수온 상승, 중남부 지역의 제트기류, 멕시코 만에서 불어온 고온 습윤한 바람 등 3가지 요인이 합쳐져 발생한 집중호우로 토네이도·허리케인에 맞먹는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텍사스 주와 오클라호마 주는 각각 37개 카운티, 44개 카운티에 재난 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더는 이상기후에서 벗어나지 않다.
계절적으로 봄인 5월이지만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땡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26일 대구 34.5도, 구미 34.0도, 합천 34.2도, 강릉 33.9도, 서울이 30.3도 등 올해 들어 가장 높은 낮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1968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47년 만에 속초의 낮 기온은 5월 중 가장 높은 32.6도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속초의 5월 최고 기온은 작년 27일 기록한 27.7도였다.
◇ 지구촌 덮친 이상기후 원인은 '엘니뇨와 지구온난화'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엘니뇨와 지구온난화를 지목한다.
엘니뇨는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가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의 편차는 3월 0.6도, 4월 0.9도에서 5월 1.1도로 크게 높아졌다.
호주 기상청은 이달 12일 5년 만에 엄밀한 의미의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다고 선언하며, 봄철 혹은 초여름에 엘니뇨 현상이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27일 "엘니뇨로 인해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바뀌기 때문에 북미·남미 기후에는 영향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미주 지역의 가뭄과 필리핀·호주 등의 건조한 대기 역시 엘니뇨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의 폭염은 엘니뇨보다는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며 "여름철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웨더 예보센터장인 반기성 조선대 겸임교수도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지구 기온이 계속 상승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도 아열대기후로 가고 있다"며 "1년에 평균 0.1도 오른다는 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실제로 기온 진폭은 매우 커지는데 한파와 폭염이 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폭염 등 기후변화에 대한 다른 진단과 대책을 내놓는 학자도 있다.
이승호 건국대 기후연구소장은 "지난주부터 이어진 폭염은 한반도 인근의 이동성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5일 넘게 머무르면서 발생한 측면이 있다"며 "이례적인 기상상황이 발생한 원인을 면밀히 살펴 적확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노인·아동 등 '취약층 폭염 대책'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반도에서 폭염의 빈도가 잦아지고 그 강도 또한 세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층·어린이·임산부 등 폭염에 취약한 계층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사람마다 폭염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폭염에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며 "취약층이 많은 지역에 대피시설을 만들고,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폭염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큰 틀에 중앙정부가 대응책 마련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각 지역 사정에 맞는 대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원대 국립기상과학원 연구위원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 인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온과 관련한 극한 현상이 자주 발상하고 그 강도도 세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인도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것처럼 폭염은 취약층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
권 연구위원은 폭염에 대한 대응 체계를 빨리 마련하면 할수록 투자비용과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며 건물 건축 시 단열기준 강화, 폭염 예보체계 강화, 폭염대피소 설치 등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보다 기온이 4∼5도 높은 지역에서 정부 차원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대응을 하는지 벤치마킹하는 것도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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