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아일랜드 동성결혼 합법화는 인간애의 패배"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로마 교황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아일랜드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인간애의 패배"라는 평가를 내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교황청 내 서열 2위인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26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결과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고 말한 뒤 "교회가 현실을 고려해야 하지만 복음 전도의 사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어 "단지 기독교 원칙들의 패배만이 아니라 인간애의 패배"라고 했다.
추기경의 발언은 아일랜드 국민투표 결과에 교황청이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음을 내비친다.
최근 교황청은 바티칸 주재 프랑스 대사 지명자를 게이라는 이유로 임명을 거부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내 '게이 로비' 존재에 대해 질문을 받자 '내가 누구를 심판하지?"라고 답변했던 까닭에 프란치스코 교황 아래 교황청이 동성결혼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들이 있던 가운데 나온 것이다.
파롤린 추기경의 발언은 아일랜드 더블린 교회가 보이는 태도보다 더욱 비판적이다.
디어미드 마틴 더블린 대주교는 지난 24일 "만일 국민투표 결과가 젊은 층의 견해를 확인하는 것이라면 (교회에) 현실 파악이 필요하다는 건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마틴 대주교는 "교회가 사람들이 이해하고 경청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찾아야 한다"며 "결혼과 가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왜 신도들 사이에서조차 흡수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젊은 층에 다가가지 못했던 점에 초점을 맞추면서 국민투표 결과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다.
이런 태도는 동성결혼은 '죄악'이라며 적극적인 반대 캠페인을 벌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아일랜드에서는 이번 국민투표 결과를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던 아일랜드 교회의 떨어진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사건이라는 평가들이 많다.
아일랜드 교회는 잇단 아동 성추행 의혹들을 겪으면서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 국민에게서 멀어져갔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