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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중구 남포동 크루즈 셔틀버스 정류장에 내린 관광객들 모습 |
크루즈 관광객 몰려오는데 '아직 준비 덜 된' 부산
3척 동시 입항해도 시장 안 열고 쉴 공간조차 없어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호화 크루즈선 3척이 동시에 부산항에 입항한 27일 오전 부산 중구 남포동 피닉스 호텔 앞 도로.
이곳은 부산항에 크루즈선이 입항하면 개별 자유 여행을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곳이다.
오전 8시를 조금 지나자 셔틀버스가 5∼6분 간격으로 잇따라 도착했다.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 내렸다.
바로 조금 전인 오전 6시께 부산 감만부두에 입항한 미국 국적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11만5천875t)에서 내린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이 크루즈선을 탄 관광객은 모두 2천600여 명.
이 가운데 미리 정해진 코스 관광에 나선 78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70%에 육박하는 1천800여 명이 개별 자유관광을 하려고 부산시내를 찾은 것이다.
개별 자유관광이 많은 것은 유럽과 미국 크루즈관광객의 특성이다.
중화권 관광객이 미리 정해진 코스를 따라가며 관광하는 비율이 90%를 넘는 것과는 정반대 패턴이다.
그러나 이 시간 부산의 관광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국제시장, 자갈치, 남포동 일대는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셔틀버스 정류소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건너편 자갈치 시장, 인근 국제시장 등지를 주로 찾았지만 이들을 맞이한 것은 셔터가 내려진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흔한 커피점조차 문을 연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이날 크루즈 3척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을 열고 이들을 맞이하는 곳은 없어 보였다.
아내와 함께 부산을 처음으로 찾았다는 60대 후반의 한 미국 관광객은 "옷과 한국 휴대전화를 사고 싶었지만 살 곳도 없고, 간단히 커피를 마실 곳도 없다"고 불만스러워 했다.
부산을 찾는 크루즈관광객이 연간 30만명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된 것이다.
이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부산 현지 관광 안내 업무를 맡은 아주인센티브 양은석 대리는 "부산을 찾는 유럽과 영미권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배려한 관광정책은 그다지 변한 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유렵과 미국 관광객들은 한국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사찰, 자연경관 등을 원하지만 이런 것이 부족하고 가이드 또한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자질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현재 부산 통역안내사협회에 등록된 가이드는 315명에 이르지만 대부분 일어(260명), 중국어(60명) 가이드이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가이드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크루즈 승객을 부산으로 불러들이려면 유럽·미국과 중화권을 차별화한 관광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산관광협회 김도형 부장은 "중화권 관광객을 위해서는 면세점 확대 등 쇼핑 부분을 강화하고, 영미권 관광객을 위해서는 클럽과 같은 낮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시내에는 서면과 해운대 2곳에 면세점이 있지만 중국 관광객이 몰리면 주차할 곳이 없어 되돌아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개별 자유여행객이 많이 찾는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인근에는 낮에 가볍게 맥주 등을 마실 수 있는 거리카페 등 유럽과 미국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게 가이드들이 일치된 의견이다.
또 이 시장과 상점의 영업시간을 관광객을 배려해 앞당기거나 여행객의 동선을 가게 개장 시간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숙박을 겸한 크루즈 관광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입항한 3척의 크루즈선 가운데 1척은 오후 4시에, 2척은 오후 7시에 부산항을 떠났다.
낮에만 머무르는 스쳐가는 크루즈관광만으로는 부가가치를 낼 수 없다.
이에 따라 부산을 찾는 크루즈관광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단기적으로는 기항하는 크루즈선을 늘리는 게 우선이지만 부산을 모항(출발점이나 종착점이 되는 항구)으로 하는 크루즈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원 부산항만공사 홍보팀장은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로열캐리비안크루즈와 코스타크루즈 아시아 본부를 방문, 부산항을 모항이나 준모항으로 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부산항 크루즈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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