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터미널 화재 1년> ①제도적 허점·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

편집부 / 2015-05-25 07:10:00
모든 단계서 법규와 안전규정 안 지켜…무분별 규제완화도 원인


<고양터미널 화재 1년> ①제도적 허점·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

모든 단계서 법규와 안전규정 안 지켜…무분별 규제완화도 원인



<※ 편집자주 = 지난해 5월 경기도 고양시 버스터미널에서 불이 나 1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꽃 같은 아이 수백 명을 눈앞에서 앗아가 온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충격을 준 세월호 참사 한 달여 만이었습니다. 정부는 다시 안전을 다짐했고, 우리는 부패와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안전불감증을 탓했습니다. 그로부터 7개월여 뒤, 새해 벽두 의정부 아파트에서 144명이 사상하고 370여 명이 집을 잃는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끝없는 참사와 사회적 재난에 우리 사회가 또다시 신음해야 했습니다. 고양터미널 화재 1년을 맞아 두 대형 화재의 원인과 경과를 되짚어보고 재난을 막을 대책, 여전히 계속되는 피해자의 고통과 회생을 도울 방안 등을 세 꼭지의 기획물로 송고합니다>







(고양·의정부=연합뉴스) 우영식 권숙희 기자 = 고양터미널 화재와 의정부 아파트 화재의 배경엔 돈과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제도적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 공무원과 기업 직원, 건물주 등에 이르기까지 관련자들의 위법과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화를 불렀다.



◇ 모든 과정과 단계에서 법규·안전의무 안 지켜 = 지난해 5월 26일 오전 9시께 총면적 14만6천㎡의 고양터미널 건물. 2층 매표소와 승차장엔 300여 명이 버스를 기다리거나 승하차 중이었다. 지상 5∼7층 메가박스에선 50여 명이 영화를 보고 있었고, 지하 2층 홈플러스에선 직원들이 문 열 채비를 했다.

9시 2분 지하 1층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당시 그곳에선 80여 명이 개장을 앞둔 CJ푸드빌의 푸드코트 내부공사를 하고 있었다. 내부 칸막이 변경을 위한 방화구획 변경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허가 내용과 달리 인테리어를 위한 가스배관공사도 동시에 이뤄졌다. 가스 배관 작업자는 다른 작업자가 밸브를 밟아 배관에 가스가 차 있는 것을 모른 채 용접기를 들이댔다. 불씨가 천장 보온재 우레탄폼에 옮아붙으며 유독가스를 품은 연기는 열기와 함께 급속히 퍼져 나갔다.

소방장비들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소화기나 안전교육도 없었다. 특히 초기 진화의 80% 이상 담당하는 핵심 소방시설인 스프링클러가 무용지물이었다. 공사기간을 줄이여 스프링클러 배관의 물을 빼놓았기 때문이다.

또 지하 1층 전원을 차단, 연기 확산을 막아줄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화재연동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해 화재경보와 대피 안내방송이 늦어졌다. 유독가스가 굴뚝으로 돌변한 에스컬레이터 빈 공간을 타고 불과 58초 만에 지상 2층까지 퍼졌다. 불은 27분 만에 진화됐으나 124명이 사상하고 50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발주에 시공까지의 전 과정에서 단계마다 법규를 어기고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CJ푸드빌은 여러 공사를 발주하면서 안전조치가 포함된 종합적 공사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안전 관련 공사를 자격과 경험이 없는 업체에 맡긴데다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줄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하도급업체는 면허를 빌려 공사를 따낸 뒤 소방시설 시공을 진행하고, 가스배관공사는 용접기능사 무자격자가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시설 관리업체도 충분한 안전성 검토 없이 스프링클러 퇴수, 방화셔터 전원 차단, 화재자동연동장치 차단 등을 승인한 것으로 지적됐다.

고양시는 화재 발생 한 달 전 터미널 전반에 걸쳐 시행한 시설 안전점검을 '수박 겉할기' 식으로 진행했다고 비판받았다. 특히 시 공무원은 관계기관 합동점검에 2012년부터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전국 주요시설에 대해 '총체적 안전 점검'을 실시했으나 고양터미널은 점검 대상에서 빠졌다.

이 사건 재판은 현재 의정부지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검찰 구형과 달리 발주처인 CJ푸드빌과 자산관리업체에 책임을 묻지 않고 시설관리업체, 공사업체, 작업자 등 8명에게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다. 또 면허를 빌려준 업체 관계자 등 4명에게는 벌금 150만∼700만원을 선고했다.





◇ 무분별한 규제완화 도시형생활주택에 닥친 참사 = 지난 1월10일 오전 9시 16분께 의정부3동 10층짜리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불길은 순식간에 바로 옆 주거용 건물 2동과 주차타워, 주택 등으로 번졌다.

이로 인해 주말 아침 늦잠에 취해 있던 주민 144명이 사상했다. 168세대가 거주하는 4개 건물과 차량 59대가 불에 타고 374명이 이재민이 됐다. 고양터미널 화재의 악몽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은 지 열흘 만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불은 대봉그린아파트 1층에 주차한 4륜 오토바이에서 시작됐다. 오토바이 키가 잘 빠지지 않자 소유주 김모(53)씨가 키를 녹이려 핸들커버를 열고 터보라이터로 열을 가한 것이 화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오토바이의 작은 불이 큰 화재참사로 이어진 데에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우선 불을 순식간에 확산시킨 주범으론 드라이비트 공법이 꼽혔다. 화재에는 취약하지만 값싼 스티로폼 단열재를 손쉽게 외벽에 붙이는 이 방식이 아무 규제 없이 사용됐다. 외장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데다 건물 간 간격이 좁고, 강풍이 불어 빠르게 이웃 건물로 번졌다. 소방도로에 주차된 차량으로 초기진화가 늦어졌고, 소방시설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규제 완화정책으로 도입된 '도시형생활주택'의 구조적 문제, 소방점검 공무원의 안이함, 수익만 추구하려 불법 쪼개기를 한 건축주,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감리사와 건축사의 무책임함도 참사를 낳은 것으로 지적됐다.

수사본부는 오토보이 소유주이자 실화범 김씨와 소방 공무원·건축주 등 모두 15명을 입건했으며, 검찰이 기소를 앞두고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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