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터미널 화재 1년> ②우리는 대형 화재참사를 막을 수 없나

편집부 / 2015-05-25 07:10:02
제도 보완 속도 더딘 가운데 일부 시행…안전수칙부터 지켜야


<고양터미널 화재 1년> ②우리는 대형 화재참사를 막을 수 없나

제도 보완 속도 더딘 가운데 일부 시행…안전수칙부터 지켜야



(고양·의정부=연합뉴스) 우영식 권숙희 기자 = 고양터미널과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의 경우엔 기본적인 원인과 배경은 밝혀졌다. 이에 따라 재발을 막기 위한 장단기 대책과 크고 작은 안전조치들이 진행되고있다. 그럼에도 제도와 법규 정비·강화 속도는 더디고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무엇이 달라졌으며 어떤 문제를 개선하나 = 고양터미널 화재가 처음 발생한 지하 1층 푸드코트 매장은 현재까지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가 공사가 중단된 채 청소만 해놓은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러나 건물에 대한 안전시스템은 강화됐다. 우선 화재연동시스템을 '수동' 아닌 상시 '자동' 상태로 유지하도록 해 화재 발생 시 즉각 화재경보와 함께 대피안내방송이 이뤄지도록 했다.

제도도 강화됐다. 지난 1월 8일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안전에 취약한 대형 공사장에 임시 소방시설 설치토록 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인화성 물질이나 폭발성 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장, 가연성 가스 발생 작업장, 용접 등 화기 취급 작업장 등에는 대형 소화기, 간이 옥내소화전, 비상경보설비, 간이피난유도선 등 임시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한 것이다.

일산소방서 예방팀 관계자는 "터미널 화재 이후 규제가 엄격해졌다"며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훈련도 분기별로 하고 있으며 대형 공사장은 매월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고양시는 재난 초기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처를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의 기능을 세분화한 조례 개정 작업과 재난피해 주민 지원조례 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고양터미널 화재 백서'도 발간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의 규모와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드라이비트' 공법과 건물 간 좁은 거리, 10층의 스프링클러 미설치는 건축 당시 모두 '합법'이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이명박 정부주택보급 확대정책의 하나로 추진됐으나 효율을 앞세우고 안전을 소홀히 한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책'으로 꼽히게 됐다.

이에 따라 의정부시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화재 취약 여부 등을 전수 조사했으며 곧 '의정부3동 화재사고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또 지역소방서와 소방안전센터를 주축으로 토요일과 공휴일 도시형 생활주택을 대상으로 소방훈련을 했으며, 화재 시 탈출 매뉴얼을 제작해 주민들에게 보급한다고 밝혔다. 5층 이상 공동주택의 외벽 마감재를 불연재로 사용하도록 건축지도를 강화하고, 주차용 필로티(건축물 하단부를 텅 빈 구조로 만들기 위해 세운 기둥) 공간을 방화구획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국토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안전처도 지난 1월 12일 국회에서 "전국의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해 전문가와 합동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당장 개선할 부분과 관련 부처와 논의해 법을 개정해야 할 부분을 나눠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당시 안전처는 외벽 단열재 시공 건축물은 높이나 용도와 상관없이 불연재·준불연재료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 건축물이 인접해 화재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별도의 안전 규정을 신설키로 했다. 화재 발생에 따른 유독가스가 이번 사고처럼 주차장을 경유해 주거시설로 확산되지 않도록 방화벽을 설치하거나 설계를 변경하도록 할 방침도 밝혔다. 또 건축법, 주택법 등 건축물 설립에 대한 법령의 제·개정시 화재위험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화재영향평가제'의 도입도 검토키로 했다.

안전처는 이후에도 현재 공사·공단이 독점한 각종 시설물·가스 분야의 안전진단·점검이 민간에 점차 개방키로 했다. 방기성 안전처 정책실장은 "최근 재난의 양상이 복잡해져 공공부문만으로는 국민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시설물 유지·보수와 기업재해경감활동 등 안전산업을 육성시켜 민간의 역량과 역할을 확대해 국민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법·제도 개선 더뎌…원칙 지키는 안전의식 중요 =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다짐한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의 속도는 더디다. 일부 개선책이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조사와 세부안 마련이 늦어지고 있고, 국회나 지자체 의회의 제·개정을 기다리는 법령과 조례들이 있다.

지나친 규제나 효율성·경제성 저하를 우려한 반대에 가로막힌 개선책들도 여럿이다. 예컨대 고양터미널 화재 사고를 수사한 검찰은 대규모 공사의 분리 발주 때 발주자에게 안전관리책임을 부과하는 근거 규정 마련을 건의했다. 발주자가 대규모 공사를 분리 발주할 때 컨트롤 타워 부재로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가중될 수 있음에도 구체적 공사 관련 지시 등이 없을 경우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검찰의 건의사항은 법률로 일반화하면 발주자의 책임이 너무 과도하게 된다며 관련 부처가 소극적으로 반응해 제도화되지 못했다. 기존에 이러한 법령 규정이 없어 고양터미널 화재사건 재판 1심에서 공사 발주자이자 대기업인 CJ푸드빌과 건물 소유·관리 업체 등은 처벌을 면하는 판결을 받았다.

일선 기관과 공무원과 기업, 현장 작업자, 시민의 철저한 의식개혁도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안전처 장·차관이 의정부 화재 현장 방문 시 불에 탄 건물에 들어가면서 안전모와 방진 마스크 등을 전혀 착용하지 않아 모범을 보여야 할 부처의 수장이 오히려 '안전 불감증'에 걸린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고양터미널 화재 백서에서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대중주의와 경제논리에 치우친 규제 완화, 근본적 문제해결 보다는 땜질식인 정부 대책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면서 소방시설 설치보다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기본적인 안전수칙부터 지킬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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