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브렉시트·포렉시트…EU 탄생 22년만에 균열위기
유럽 분열시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정치·경제적 통합의 상징이었던 EU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EU는 1993년 유럽공동체(EC)에서 발전해 창립됐다.
유럽 단일 시장과 단일 통화를 만들어 유럽의 발전을 촉진하고 공동의 외교·안보정책을 수립해 국제무대에서 유럽의 발언권을 높이고자 만들어졌다. EU 회원국은 2004년 25개국, 2007년 27개국을 거쳐 현재 는 28개국에 달한다.
EU 국가들은 199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단일통화인 유로를 출범시키는데 합의했으며 현재 '유로존'에는 19개국이 가입해 있다.
그러나 EU 경제가 흔들리면서 회원국에서 이탈하는 나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EU의 균열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 주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그렉시트 가능성 있어
균열 조짐은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약 8조8천억원) 지원을 위한 개혁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그리스는 채권단에 부채를 갚지 못하게 되므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게 된다.
이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로 이어질 수 있다. 공동화폐인 유로화가 아닌 자체 화폐의 평가절하 등을 통해 대외 경쟁력을 높이려면 그렉시트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렉시트가 발생하면 뱅크런이 일어나고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등 민간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또 통화가치 절하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유로존의 나머지 국가들의 경우, 대출금 회수가 불투명해지고 위기 전염 우려가 생기면서 일시적인 성장 후퇴가 예상된다. 그리스와 유로존을 제외한 지역의 금융시장은 적어도 일시적인 충격 이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더라도 대외 경쟁력이 낮은 산업구조로는 경제회복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또 그리스가 지정학적으로는 불법 이민자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등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관문이라는 점에서 유럽국가들이 그렉시트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갖고 있다. 특히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상황을 유럽 국가들이 방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그리스의 디폴트가 그렉시트로 이어진다고 속단하기 어렵다.
◇브렉시트도 관심 대상으로 부상
영국의 EU 탈되(브렉시트) 여부도 전 세계인들의 관심권으로 진입했다.
최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예상 외의 승리를 거두면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 회원국들과 EU 협약 개정 협상에 나선 뒤 이를 토대로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내 반(反) EU 여론은 외국인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복지 부담을 늘리고 있으므로 이를 막으려면 회원국 내 인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EU 협약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최대 수출시장인 EU는 물론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수십 개 국가의 시장을 잃는 등 EU와 영국 경제 모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디스는 영국 총선 직후 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고 회원국에 준하는 폭넓은 혜택을 다시 얻어내지 못할 경우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베르텔스만 재단과 lfo경제연구소도 브렉시트로 인해 최악의 경우 오는 2030년에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런 점에서 영국은 결국 브렉시트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투표는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을 종결하는 하나의 '이벤트'로 설정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포렉시트까지
영국과 그리스에 이어 최근에는 포르투갈의 유로존 이탈(포렉시트)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는 9∼10월 총선이 예정된 포르투갈에서 여론조사 결과 앞서고 있는 사회당은 긴축에 반대하고 세금을 감면하고 임금을 인상하고자 한다.
이는 포르투갈이 지난 2011년 재정위기에 빠진 뒤에 구제금융 조건으로 채권단에 약속했던 긴축재정 계획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포르투갈의 사회당은 그리스의 금집좌파연합(시리자)와 닮은 꼴이다. 지난 1월 총선에서 긴축 반대 공약으로 집권한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는 연금과 노동 등의 부문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채권단과 대립하고 있다.
포르투갈에서 사회당이 집권한 뒤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처럼 재정개혁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단과의 갈등이 불가피하고 이는 구제금융 중단과 포렉시트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 국제통화기금(IMF)은 포르투갈 경제에 대해 "두드러진 경제 성장은 아직 요원하며 포르투갈 정부가 경제를 더 경쟁력 있게 만드는데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는데 실패했다"며 "포르투갈의 국제수지 개선이 수출 증가가 아니라 수입 감소 때문이다"라고 경고했다.
또 IMF는 "만약 경제 회복과 함께 수입이 증가하면 국제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마리아 루이스 알부케르크 포르투갈 재무장관은 IMF의 경고에 대해 "매우 왜곡된 시각"이라고 일축했다.
◇ EU 분열, 한국경제에 악재
EU의 분열은 한국 경제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EU에서 회원국들의 탈퇴가 이어질 경우 유럽 실물경제가 악영향을 받고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한국의 주식·채권·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한국의 EU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한·EU FTA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한국과 영국이 새로 FTA를 맺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가면 FTA 혜택을 볼 수 없어 한국의 대(對)영국 무역 관련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