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 코리아·허비 행콕과 재즈에 빠지다
23일 서울재즈페스티벌서 37년만에 듀엣무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우리가 오늘 무슨 무대를 펼칠지 아무도 몰라요. 아주 즉흥적으로 연주할 겁니다. 그러니 모두 함께 즐겨봅시다." (허비 행콕)
2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88 잔디마당 무대에 '재즈계의 살아있는 전설' 칙 코리아와 허비 행콕이 들어섰다. 이들은 그래미 어워즈에서만 각각 20차례와 14차례 수상한 세계 최정상의 재즈 피아니스트들이다.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88 잔디마당을 꽉 채운 1만5천 관객이 일제히 환호했다. 일흔이 넘은 노장들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팬들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칙 코리아와 허비 행콕은 이날 서울재즈페스티벌의 헤드라비이너(간판급 출연자)로 함께 무대에 섰다. 두 사람이 세계 순회 중 듀엣을 선보이기는 1978년 이후 37년 만이다. 당사자인 칙 코리아가 이번 공연이 흔치 않은 기회라고 말할 정도다.
검은색 상의로 옷을 맞춰 입은 두 사람은 무대에 오르자마자 두 손으로 하트를 그렸다. 허비 행콕은 곧 마이크를 잡고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이어 칙 코리아(Corea)의 성과 한국의 영문명이 발음이 같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두 사람은 또 한 명의 재즈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의 '솔라'(Solar)를 첫 곡으로 택했다. 데이비스는 칙 코리아와 허비 행콕과 함께 1960년대 퓨전 재즈를 정착시킨 인물이다. 이들은 관객들이 마일스 데이비스의 이름을 낯설어하자 "모두 다 1960년대 이후에 태어나 모를 수밖에 없다"며 "우리도 그렇다"고 농담을 던졌다.
공연은 두 사람의 히트곡 '메이든 보야지'(Maiden Voyage), '섬데이 마이 프린스 윌 컴'(Someday My Prince will Come) 등이 연주되면서 무르익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마주한 피아노 사이에서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감미로운 재즈 선율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관객들은 때로는 서서 때로는 앉아서 그들의 1시간 반 공연을 지켜봤다.
이날 부인과 공연장을 찾은 이석환(36) 씨는 "재즈 피아노 공연을 야외에서 즐기니 색다른 기분이 든다"며 "보기 어려운 세계적 거장들을 눈앞에서 보니 믿기질 않는다"고 말했다.
스탠드석에 서 있던 현민경(27) 씨는 "칙 코리아와 허비 행콕이 재즈페스티벌 명단에 포함된 걸 보고 꼭 와야지 했다"며 "두 사람의 연주에 여유가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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