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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아테네에서 국제 채무 탕감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유로화와 유럽연합(EU) 탈퇴'라고 쓰인 긴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
"진통제도 없어요"…그리스 공공보건시스템 붕괴 위기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는 그리스에서 공공 보건 시스템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공공보건 재정 삭감, 건강보험 이탈자 급증과 함께 변변한 의료기기를 갖추지 못한 병원도 점점 늘어나는 실정이다.
23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그리스에서 공공보건 분야의 지출은 2009년 이후 25% 이상 급감했다.
수년간 비효율성과 부패로 얼룩진 그리스가 긴축 정책을 펴자 공공보건 분야는 비용 절감의 1순위로 떠올랐고 이는 자연스레 의료 서비스질 저하로 이어졌다.
그리스 병원 곳곳에서는 마땅히 있어야 할 진통제와 의료기기가 부족해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타임스는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유명병원인 KAT에서조차 진통제가 마련되지 않아 환자가 고통 속에 치료를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전기기사인 코스타스(32)씨는 낙상 사고로 다리를 다쳐 KAT를 찾아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가위가 없어 메스로 환자의 바지를 잘라 부상 부위를 살폈다. 진통제도 없어 코스타스 씨는 치료 내내 극심한 고통 속에 온 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점도 문제다.
6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와 예산 삭감 등으로 실업자가 급증함에 따라 보험 미적용자수도 2008년 50만명에서 현재 250만명으로 5배 불어났다.
예산 삭감의 여파로 의사와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6개월간 초과 근무 수당을 받지 못했다.
참다못한 의사와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지속된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긴축 반대'를 공약으로 집권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그나마 국영 병원의 수속비(5유로)를 없애고 보건 종사자의 추가 고용을 약속하며 성난 민심을 달래고 있지만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리스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연금과 공공분야 근로자 임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재정은 바닥난 상태다.
그리스가 다음 달 5일 만기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할 부채상환 자금이 없다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임박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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