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미국인 물리학자, 첨단기술 유출혐의 피소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고온 초전도체를 연구하던 중국계 미국인 물리학자가 자신의 기술을 중국 측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주 연방대배심이 필라델피아 소재 템플 대학 물리학부의 시샤오싱(47) 교수를 기소했다.
미국 검찰은 시 교수에 대한 기소장에서 피고가 "미국 국방부의 일부 지원으로 미국 업체로부터 연구 장비를 구입하면서 이 장비의 복제나 역설계 등을 하지 않겠다는 서면 약속"을 했지만 이를 어기고 중국 측에 이 장비에 관한 기술을 제공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시 교수가 어떤 업체로부터 어떤 장비를 구매했는지 기소장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미국 언론들은 시 교수가 반도체 박막을 이용한 고온 초전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만큼 초전도체와 관련된 장비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기 저항이 없는 물질인 초전도체는 전력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어떤 물질이 초전도 상태가 되려면 물질 자체의 온도가 매우 낮아야 했기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은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띠는 물질, 즉 고온 초전도체를 찾아내기 위한 연구에 주력해 왔다.
미국 당국의 시 교수에 대한 이번 기소는 중국 톈진대학 교수 등 중국인 6명을 산업스파이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한 지 사흘 뒤의 일이다.
중국 외교부는 자국민 6명이 기소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중국인 학자들에 대한 잇따른 기소가 최근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문제로 미·중 양국이 대립 양상을 보여온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5월 중국군 장교 5명을 해킹 혐의로 기소하는 등 미국은 그동안 주로 중국 측에 사이버보안 문제를 주로 제기해 왔지만, 중국에 대한 압박 수단을 첨단기술이나 지적재산권으로 더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검찰이 시 교수를 기소하면서 "시 교수가 중국인 박사후 연구원을 동원해 중국 내 제3자를 위해 기술을 유출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시 교수에게 적용한 혐의는 산업스파이가 아닌 4건의 통신사기라는 점도 이런 추측의 바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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