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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9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행사장에서 중국인 고객이 선호하는 32개 브랜드 상품으로 구성된 '한류 인기 브랜드 상품전'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귀한 손님 '유커' 모시자"…치열해진 백화점 유치전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을 향해 손을 뻗는 국내 대형 백화점의 마케팅이 갈수록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정된 한국의 관광 인프라와 엔저(엔화 약세)현상 속에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유커가 많아지자 침체된 국내 유통산업의 중심에 있는 백화점업계는 더 치열하게 유커 잡기에 나서고 있다.
◇ 中 전자결제 '알리페이'까지 도입
롯데백화점은 유커의 쇼핑 편의를 위해 지난달 27일 백화점 업계 최초로 본점 등 7개 점포에 중국 온라인 결제 수단인 알리페이까지 도입했다.
중국에서 이미 대중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은 알리페이는 은행 계좌와 연결된 애플리케이션(앱)의 바코드를 단말기에 찍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지고 세금 환급 절차도 간소화할 수 있다.
도입 초기 단계여서 이용자는 카드나 현금에 비해 많지 않지만 서울 명동 본점에서는 알리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는 유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달 21일 롯데 본점에서 알리페이로 지갑을 구매한 중국인 관광객 라이스(24·여)씨는 "결제 시간이 짧고 앱만 켜면 돼서 편하다"며 "알리페이 시스템 때문에 한국에 오면 다른 백화점보다 롯데백화점을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유커 왕민(25·여)씨는 "알리페이를 각 매장에서 이용할 수 없고 중앙계산대로 가서 결제해야 하는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알리페이를 도입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번 달 20일까지 알리페이 사용 건수는 800여건, 결제액은 1억여원으로 집계됐다.
본점 화장품 매장 직원은 "아직 이용 건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라며 "하루 1∼2명 정도의 유커가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중 알리페이 결제가 가능한 점포를 13곳 추가해 총 2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김수환 롯데백화점 제휴마케팅담당 매니저는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중국인 고객이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느는 추세"라며 "향후 모든 고객이 보다 편리하게 쇼핑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쇼핑 '큰손'…"바링허우 모셔라"
국내 유통업계에서 큰손 중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청년층에 대한 대접도 더 극진해지고 있다.
21일 오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는 25세∼35세의 여성 '바링허우'(80後·1980년 이후 출생한 중국의 젊은 세대) 5명이 쇼핑에 나섰다.
한국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은 신세계백화점이 입소문 마케팅으로 중국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모집·선정 고객들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100만∼20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거물급' 파워 블로거다.
이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부터 마중나온 신세계 직원들의 안내를 받았고,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아 VVIP급 대접 속에 쇼핑을 시작했다.
파워 블로거답게 모두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한 이들은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모인 신관 4층을 찾아 원피스와 가방·샌들 등을 이리저리 훑어보고, 직원들에게 상품에 대해 꼼꼼하게 질문하며 연방 사진을 찍었다.
다양한 종류의 신발을 모아놓은 본관 2층의 '슈컬렉션'과 최근 한국 백화점가의 맛집 전쟁터가 된 지하 식품매장, 남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옥상 정원도 빼놓을 수 없는 쇼핑 코스였다.
의류 전문 파워블로거인 장자자(34·여)씨는 "중국 백화점은 보통 4∼5층인데 한국 백화점은 10층이 넘을만큼 규모가 크고 상품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옷과 가방을 구입하고 싶다는 그는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MCM 가방과 지갑에 관심이 많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중 우호대사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리신(25·여)씨는 "한국 백화점의 상품 가격이 중국보다 저렴하다"며 "쇼핑시설 안에 쉴 수 있는 카페 같은 곳이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3박4일간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센텀시티점, 신세계사이먼 여주 프리미엄아울렛과 조선호텔 등을 둘러보면서 계열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 쇼핑을 했다.
항공료와 숙박비는 물론 1인당 약 300만원의 개인 쇼핑 지원금 등은 모두 신세계백화점이 부담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앞으로도 중국의 주요 소비계층인 이들 '바링허우'를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 북적이는 인파…韓·中 고객 모두 "불편해요"
그러나 이런 백화점 업계의 활발한 마케팅에도 일부 유커들은 너무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게 가장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北京)에서 온 리우송타오(26)씨는 "가장 불편한 점은 사람들, 특히 중국인이 너무 많아 물건을 사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라며 "명품관마저 사람이 꽉 차 있어서 기대만큼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쟈오디(21·여) 씨는 한국에서의 쇼핑 만족도에 대해 "중국보다 훨씬 싸고 물건이 진품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그냥 그렇다"며 "짐이 많은데 사람도 많으니까 이동이 불편하고 너무 시끄러워 쇼핑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인 고객을 극진히 대접하는 백화점에서 쇼핑해야 하는 한국 고객들도 적지 않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고객이 북적이는 것은 백화점 입장에서 좋은 일이지만 고객들이 좀 더 여유있는 분위기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내국인을 위한 서비스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한국 고객들의 목소리다.
22일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이모(48·여)씨는 "한국에 여행왔다가 백화점에 들른 관광객은 짐들이 많다보니 걸어가다가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며 "단체로 몰려다니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아 쇼핑하기가 쾌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백화점을 방문한 김모(30·여)씨 역시 "중국인 관광객들은 아무래도 짧은 일정 가운데 백화점을 찾은 것이니 바쁘고 정신이 없는 것 같다"며 "(나는) 스트레스를 풀고 여유롭게 물건을 보고 싶은데 덩달아 정신이 없어져서 다소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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