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사회보장 시스템, 이 정도일 줄이야!

편집부 / 2015-05-21 16:12:18
국제유가 등락에 미동없는 중동…주목받는 아랍판 '공산주의'


아랍권 사회보장 시스템, 이 정도일 줄이야!

국제유가 등락에 미동없는 중동…주목받는 아랍판 '공산주의'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 국제유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지금도 지난해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지난해 7월 배럴 당 108달러에서 올해 초 그 절반 이하인 50달러로 내려선 이후 지난 20일에는 배럴당 61.75달러를 기록했다. 최근만 놓고 보면 지난 7일 65달러선까지 올랐다가 이후 62~64달러 선에서 등락해 왔지만 지난해 중반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미국 서부 텍사스유(WTI) 선물 역시 배럴당 58.98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는 배럴당 65.03달러였다고 한다. 역시 배럴당 100달러를 훨씬 웃돌았던 지난해에 비해서는 크게 떨어진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 보고서를 통해 브렌트유 가격이 5년 안에 배럴당 55달러로, 지금보다 10달러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유가의 등락에 따라 국가별·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유가 하락에 일본의 엔저 전략까지 겹쳐 수출 산업 중심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유가 하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를 꼽자면 러시아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유가 하락이 러시아 국가 경제에 직격탄이 된 것은 당연지사. 실제로 지난해 12월12일 루블화 공식 환율은 사상 최고인 달러당 56.89, 유로당 70.52까지 치솟았다. 루블화 가치가 대폭락한 것이다. 러시아가 루블화의 평가절하와 루블화 표시 외채에 대해 90일간의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1998년 8월 당시에도 루블화 가치가 달러당 40선에 멈췄다는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가 유가하락으로 받는충격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일일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러시아 루블화의 환율은 21일 현재 달러당 49.79, 유로당 55.24다.





그러나 역시 유가 하락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중동의 산유국들은 적어도 아직은, 그리고 국민 생활에는 큰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 이하 A&F)가 21일 자 인터넷판에서 끈적끈적한 '검은 황금' 석유로 이룬 아랍판 '공산주의'를 소개했다.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 오만 등을 일컫는 걸프만 국가들의사회보장제도를 조명한 것으로, 러시아가 느끼는 동질감과 이질감이 물씬 묻어나지만 우리 역시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급작스럽지는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국민과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퍼졌다. 바레인에는 소득세도 없고 부가가치세도 없다. 내 연금은 월 6천 미국 달러(약 656만 원)다. 젊은 가정을 위해서는 초저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이 제공되고 두 번째 아이를 낳으면 모든 부채가 반감된다. 교육과 의료는 공짜인데다가 내가 어떤 나라든 외국에 나가 공부하거나 치료를 받고자 한다면 정부가 최대 3만 달러(3천280만 원)까지 지원한다. 얼마 전에는 정부가 주민들이 국영은행에 지고 있는 모든 부채를 탕감했다. 휘발유 가격도 왕실이 보조금을 지급해 당신네 돈으로 ℓ당 10루블(약 220원)에 불과하다."

젊은 시절 열렬한 사회주의 신봉자로, 당시 소련에 7개월간 유학했다가 돌아와 불온한 사상 탓에 3개월간 옥살이까지 했다는 60세의 바레인 변호사 나빌 알-아수미의 말이다. 젊은 시절의 사회주의 신념을 과거에 남기고 지금은 국왕제의 굳건한 신봉자가 됐다는 알-아수미는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마천루를 가리키며 "한번 보라. 이게 바로 공산주의 아니겠느냐?"고 환하게 웃으며 반문했다.





석유로 벌어들인 모든 돈이 군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주민들은 극도의 가난 속에 무위도식했던 불과 40년 전에 비하면 상전벽해도 이런 상전벽해가 없을 듯하다. 실제 걸프만 연안국, 즉 아라비아반도 국가들에서 사회보장에 투입되는 돈은 어마어마한 듯하다.

바레인 인근 아랍에미리트에 전기가 들어온 해는 불과 1967년으로, 병원도 자동차들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쿠웨이트에서는 월 1만5천 달러를 받는 가장 유능한 의사들이 일하고 있다. 또 젊은 쿠웨이트 부부는 결혼 후 25만 달러 규모의 주택 융자금을 무이자로 빌릴 수 있으며 빵, 쌀, 식물성 기름 등 필수품 가격은 정부가 통제해 1970년대 이후 한번도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바레인과 오만, 그리고그다지 부유하지 않은 이란 등 걸프만 국가가 다 마찬가지라고 한다.

또 쿠웨이트에서 최저 연금은 월 3천 달러(328만 원)며 이혼 후 직업을 구하지 못한 여성에게는 월 1천400달러(153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오만에는 소득세가 없다. 5년 전에는 '자비의 해'가 선포돼 시민들은 일종의 주민증만 보여주면 매일 상점에서 1kg의 쌀과 1kg의 밀가루, 1kg의 닭고기를 무료로 가져갈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자동차용 휘발유 10ℓ도 무상 지급됐다. 아랍권에서 가장 '욕심이 많은 ' 것으로 알려진아랍에미리트에서도 국영은행들은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며 출산하면 아이 한명당 2만5천 달러(2천735만 원)가 지급된다. 가정용 전기세와 수도세는 없다고 한다.





쿠웨이트의 금융전문가인 이브라힘 알-후지는 A&F에 "물론 에너지 자원이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아랍 군주제 국가들에 대한 너무 구식 생각이다"면서 "실제 바레인의 경우, 석유는 이미 사실상 고갈된 상태로 아랍에미리트, 오만, 쿠웨이트와 마찬가지로 관광과 외국인 투자를 통해 수입을 올리려고 공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유 채굴업체에 대한 세금도 러시아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오만은 세금이 수익의 55%, 바레인은 46%다"면서 "그러나 중요한 점은 다른 데 있다"고 강조했다.

"아랍권 국가들은 석유업체간 담합을 절대 허용치 않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 휘발유 가격은 ℓ당 7~15 루블(152~327 원) 수준에서 유지된다. 이외에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단일 목적의 특수한 펀드들이 구축돼 석유 판매액에서 8~10%가 자동으로 이곳에 유입된다. 이 때문에 생필품 가격이 수십년동안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주민들이 대(對)달러 환율 변동에도 아무런 불안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알-아수미 변호사 역시 이런 사회보장제도 덕분에 바레인이 이른바 '아랍의 봄'에서도 큰 혼란을 겪지는 않았다고 자평하면서 석유 판매액의 일부를 갹출해 운영하는 이런 펀드들로 인해 유가가 아무리 하락하더라도 아랍 국가들에서는 생필품 가격이 굳건히 유지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석유 업체들 역시 가격을 올릴 경우 엄격한 처벌을 받게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놀랄만한 사회보장 제도 탓일까. 이들 아랍권 국가에서는 아무리 공손한 외국인이라도 시민권 취득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A&F는 "러시아에도 유사한 펀드가 있지만 여기서 나오는 재원은 모두 루블화 환율 방어에만 사용되는 듯하다"면서 "우리는 이미 25년 동안 '조금만 더 참으면 곧 잘살게 된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그동안 생필품 가격은 비싸졌고 교육과 의료는 유상으로 전환됐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터무니없이 치솟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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