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폴 케네디에서 프리메이슨까지…빈라덴이 꽂힌 책
미 국가정보국 2011년 체포 당시 은신처서 입수 자료 공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세 스페인 종교단체들부터 1930년대 프랑스 경제까지. 미국의 패권 전략부터 9·11 음모론까지.
9·11 테러를 주도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알카에다의 전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은 미 해군 특전단(네이비실)에 사살되기 전까지 다방면의 서적을 탐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정보국이 공개한 정보 '빈라덴의 서재'에는 이런 독서 성향을 보여주는 책을 포함해 409건의 문건이 있었다.
네이비실이 사살 현장에서 거둬간 단행본들을 보면 빈라덴의 다채롭고도 집요한 관심사가 잘 드러나고 있다.
영어로 저술된 책 39건 가운데는 미국의 패권전략을 분석한 '패권이냐 생존이냐', 미국의 여론 조작을 다룬 '필요한 환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미국의 석학 놈 촘스키가 저술한 책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역사학자 폴 케네디가 지난 5세기 동안 열강의 경제·군사력 성쇠를 다룬 '강대국의 흥망',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전략을 기술한 '오바마의 전쟁'도 눈에 띄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를 공모했을 수도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데이비드 그리핀의 '새로운 진주만'도 서재에 포함돼 있었다.
빈라덴의 스승인 압둘라 아잠이 1980년대에 저술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큰 영향을 미친 책도 두 권 발견됐다. 현대 지하드의 선구자로 꼽히는 이집트 학자 시예드 쿠트브의 독설을 담은 '내가 본 미국'도 있었다.
그밖에 베트남전과 같은 전쟁, 제국주의, 국제법 입문,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 등 비밀결사조직 등을 다룬 책이 빈라덴의 은신처에서 압수됐다.
잉글랜드 주교들의 신상명세, 이란 핵시설 지도처럼 테러의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은 책도 있었다.
빈라덴은 뉴스위크, 타임, 포린폴리시 등의 언론 매체도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읽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그의 서재에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 예언자 무함마드의 말과 행적을 기록한 문건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네이비실은 2011년 5월 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있는 은신처를 덮쳐 빈라덴을 사살하고 현장에 있던 서적을 압수했다.
국가정보국은 이날 공개한 정보에 '빈라덴의 서재'라는 제목을 붙였으나 실제 책이었는지 전자 문서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빈라덴이 침실에 두고 사망 직전까지 읽은 책이 무엇이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서적은 다양했으나 집요한 목적이 엿보인다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그의 독서가 테러를 가하거나 대중을 선동하는 등 미국을 직간접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서재를 분석한 뒤 "빈라덴이 최우선으로 삼는 관심사가 있었다면 자신만의 조직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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