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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된 천안함(연합뉴스 자료사진) |
<5·24조치 5년> ② 북한, 천안함 피격 유감 표명할까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5·24조치'가 단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북한은 여전히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남한 정부는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 내지는 유감 표명을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은 피격을 오히려 '조작극'으로 몰면서 먼저 5·24조치를 해제하라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남북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는 동안 남북 교류의 '빙하기' 속에서 남북 교역은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고, 개성공단 등에 투자한 경제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자발적인 사과를 해올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5·24조치를 고수하면 남북관계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과하라" vs "해제하라"
먼저 우리 정부는 그동안 기본적으로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3월 "천안함 폭침은 이미 국제 공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의 소행임이 명백히 밝혀진 사안"이라며 "북한이 사실을 왜곡하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즉 5·24 조치가 북한의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서, 북한의 도발과 이에 대한 보상이라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그동안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책임을 줄곧 부인해왔다.
5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3월25일에도 북한은 판문점대표부가 고발장을 통해 "천안호 침몰 사건은 철두철미 미국의 치밀한 정치군사적 이해타산으로부터 고안되고 실행된 모략극, 날조극"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화로 풀어가자'는 전향적인 제안을 던지면서 5·24 조치를 비롯한 모든 의제를 일단 만나서 대화로 풀자는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의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북한은 먼저 5·24조치 해제가 선행돼야 '이산가족 상봉' 등을 위한 다양한 협의가 가능하다며 남한 당국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도 북한의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먼저 5·24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국민 여론 등의 이유로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5·24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해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과 가능성 낮아…전략적 접근 필요"
전문가들은 먼저 전례에 비춰봤을 때 북한이 지금 상황에서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5년이 지난 상황에 이제 와서 먼저 사과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고,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 사과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거 일부 '유감' 표명이 이뤄졌던 경우도 대부분 2~3달 이내에 반응이 나온 것이었던 만큼 현실적으로 가까운 시일내 북한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당시에는 발생 사흘만에,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에 대해서는 3개월여만에 담화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남한 당국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양 교수는 "5·24 조치는 국민의 목소리,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 실효성 문제,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어 "단계적 제한 완화 과정에서 특사를 통한 비공개 물밑접촉도 필요하다면 고려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다양한 형식의 협상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5·24조치 해제 문제만을 남북이 테이블에 놓고 합의하기는 여건상 어려운 만큼 다른 남북간 의제들과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당국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매개로 남북관계 개선의 성과를 거두는 과정에서 5·24조치도 점진적으로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감 표명 방식에 있어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세부 표현이나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관계 개선의 의의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선임연구원은 "일단 우리 정부로서도 유감 표명은 분명 받아야 한다"면서도 "외교 기술적 측면에서 정부가 기지를 발휘할 필요성도 있다"고 조언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이어 "공개적이고 문서화된 형식의 표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대화 과정에서 유감 표명을 듣고 우리 정부가 국민에 설명하는 방식 등의 다양한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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