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을 극복하라"…앳킨슨 '불평등을 넘어' 출간

편집부 / 2015-05-20 09:02:07
부의 분배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 천착하며 대안 제시


"불평등을 극복하라"…앳킨슨 '불평등을 넘어' 출간

부의 분배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 천착하며 대안 제시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적어도 지금과 같은 불평등은 사회 정의에 맞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푸드뱅크 앞에 줄을 서 있는데 다른 이들은 사비로 우주비행을 하려고 기다리는 사회가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인가?"

노학자의 목소리는 추상같다. 불평등의 골이 날로 깊어지고 그로 인한 갈등 또한 갈수록 커져가는 데 대한 경고가 준엄하다. 그렇다고 단순한 분석과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희망적 대안도 모색한다. 그 대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라고 재촉한다.

불평등 연구의 대가인 앤서니 앳킨슨의 저서 '불평등을 넘어 : 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글항아리)가 국내에 번역·출간됐다. 앳킷슨은 지난 반세기 동안 불평등 문제를 깊이있게 천착해온 이 분야의 세계적 석학. 지난해 전 세계를 뒤흔든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의 멘토이기도 하다.

이 노학자는 7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양의 스물세 번째 저서를 집필했다. 그만큼 불평등 문제에 대한 그의 고민과 연구 열정은 크고 뜨겁다. 한 사회의 가치 판단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불평등지표 '앳킨슨 지수'로 널리 알려졌을 정도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1945년부터 1970년대까지는 '평등화 지향'의 시대였다. 정부의 보건복지정책이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노동조합이 발흥하면서 불평등이 뚜렷이 감소하는 대신 평등성은 크게 힘을 얻었다.

하지만 1980년을 고비로 상황이 역전됐다. 평등화는 힘을 상실하고 불평등이 확산하면서 이른바 1%는 떵떵거리며 활개쳤으나 나머지 99%의 삶은 급격히 고달파졌다. 국제적으로 맹위를 떨친 신자유주의는 그 불평등 회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저자는 이 시기에 각 국가가 부유세를 대폭 할인하고 노동조합을 제도적으로 약화시켰으며 임금 평등에 기여하던 정책들도 대거 폐지했음을 상기시킨다. 이러는 사이 실업률은 크게 증가해 불평등 심화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반면, 자본의 독점과 기업 지배력은 괄목할 정도로 강화됐다. 이 같은 저자의 분석은 한국의 경제·사회 상황을 겹쳐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기회의 불평등'은 '결과의 불평등'을 낳는다고 본다. 그리고 '결과의 불평등'에 제도가 개입해 재분배로 개입하지 않으면 불평등은 극도로 심화해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역설한다.

예컨대, 처음에는 평평한 운동장에서 비교적 평등하게 경기를 시작했을지라도 능력에 따라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보상의 격차가 벌어지고, 급기야 운동장이 기울어지면서 불평등은 급격히 심해진다는 것. 다시 말해 '결과의 불평등'이 '기회의 불평등'을 낳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얘기다.

저자는 주택 임대를 사례로 그 불평등성을 설명한다. 두 채의 집을 가진 부자가 빈자에게 한 채를 임대한다. 집을 살 자본이 없는 빈자는 노동소득의 상당 부분을 임대료로 지불한 반면, 처음부터 두 채를 가진 부자는 집이 없었다면 발생했을 임대료도 절약하면서 오히려 빈자에게서 임대료를 받는다. 이로 인한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큰 폭으로 벌어진다.







그렇다면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강자가 주도하는 시장에 그저 맡겨두고 방관할 게 아니라 제도가 적극 개입해 평등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정 경쟁이 이뤄지려면 이전 경쟁의 성과 일부를 지속적으로 재분배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주거와 식생활, 기초교육과 의료 등에서 기본적인 사회보장을 해줘야 하며 그 비용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이들의 세금으로 보충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부자들이 권력마저 휘어잡고 제도를 좌지우지하다 보면 평등화 가능성은 실현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극심한 결과의 불평등에 주목하기보다 능력주의와 성공신화를 부추기고 부의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이런 회의론이 커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회의 평등이나 결과의 재분배를 소홀히 한 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분배문제를 등한시해온 주류 경제학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질타한다. 주류 경제학 교과서들이 이런저런 거시경제이론모델을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 시장의 특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할 뿐 '분배'나 '불평등'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것.

그렇다면 미래가 그저 어둡기만 한가? 저자는 낙관한다. 그러면서 불평등에 대한 사고의 틀과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며 무엇보다 기술변화와 시장의 힘 그리고 세계화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키우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부터 버리자고 제안한다.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어 행동하기 따라 얼마든지 불평등이 극복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서 세대 간 격차는 공공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로 지금처럼 불평등이 심화되면 젊은이들이 가장 불리하다"면서 성인이 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기초자본을 나눠주어 배움의 길을 가든 사업을 시작하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한다.

승자독식 체제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논리에 대해서도 이렇게 반박한다.

"평등을 추구하다 보면 효율이 떨어져 우리 사회가 나눌 수 있는 파이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틀에 박힌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파이를 더 공평하게 나누면서 더 빨리 키울 수 있다. 때로는 더 작은 파이를 갖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장경덕 옮김. 512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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