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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슈아 벤튼 하버드대 니먼랩 소장 (서울=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조슈아 벤튼 하버드대 니먼랩 소장이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5.5.19 yangdoo@yna.co.kr |
<인터뷰> 조슈아 벤튼 "언론사-페이스북 협업 현명한 선택"
니먼 저널리즘 랩 소장 "언론사 홈페이지서 기사 보는 일 거의 없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똑똑한 언론사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엄청나게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를 소비하는 통로는 과거 신문·TV·라디오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컴퓨터·노트북을 넘어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는 시대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기술을 채택한 전통 미디어가 주류 자리를 지켜낼까. 아니면 버즈피드(BuzzFeed)와 같이 완전히 새로운 미디어가 지배하게 될까.
조슈아 벤튼 미국 하버드대학교 니먼 저널리즘 랩 소장을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니먼 저널리즘 랩은 인터넷 시대에 언론이 추구해야 할 방향 등을 연구하는 일종의 싱크탱크다.
벤튼 소장은 20∼21일 SBS가 주최하는 서울디지털포럼(SDF)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기존 미디어는 오랜 역사, 명성을 자랑하며 양질의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면,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의 브랜드 파워는 미미하지만 뭐든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 중에 누가 주류가 될지에 대해선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언론사에 투자할 돈 1천만 달러가 있다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인 전통 미디어보다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에 투자하는 게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벤튼 소장은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지난주부터 미국 뉴욕타임스 등 9개 언론사와 손잡고 기사를 직접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이번 협업에 거는 기대도 많고, 걱정도 많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요즘. 언론사는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플랫폼 기업과 손잡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모바일의 시대에서는 그렇다는 게 벤튼 소장의 대답이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지만, 그 기사를 쓴 언론사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서 보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바일에서 아무리 기사를 쏟아내도 광고로 연결되지 않으면 언론사 손에 쥐어지는 돈도 없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페이스북은 상황이 다르다.
"페이스북은 광고 수익의 70%가 모바일에서 나온다. 미국 언론사는 광고수익의 1% 정도가 모바일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과 손잡는 일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현명한 선택이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이번 협업이 그저 좋은 일만은 아닐 수 있다고 벤튼 소장은 경고했다.
"뉴욕타임스의 유료 회원이 아니더라도, 페이스북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을 수 있게 됐다. 광고주가 뉴욕타임스 독자를 대상으로 광고하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뉴욕타임스에 직접 광고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용자 정보를 보유하고 마케팅 실력이 뛰어난 페이스북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페이스북에서 저명한 언론사의 기사를 서비스하면, 온라인에서 기사는 곧 공짜라는 인식을 굳게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벤튼 소장은 "TV에서 나오는 뉴스, 라디오에서 나오는 뉴스는 언제나 무료였다. 신문도 가장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해왔다. 미국 또는 한국 시민이 뉴스를 보겠다고 1년에 수천 달러씩 돈을 낸 시절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답했다.
온라인 기사를 유료로 판매하려고 한다면,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게 벤튼 소장의 설명이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돈을 지불할 의향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돈을 쓰지는 않는다. 정말로 온라인에서 돈을 받고 판매하고 싶으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아주 특별하고, 아주 호소력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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