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적 이론물리학자 킵 손

편집부 / 2015-05-19 15:49:07
"인터스텔라는 호기심의 상징…대중과 소통은 즐거워"
한국인 천재 제자와 한자리에…킵 손-박석재-송유근 3대 사제지간
△ 영화 '인터스텔라' 자문 맡은 킵손 박사 (서울=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이자 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문을 맡은 킵손 박사가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5.5.19 yangdoo@yna.co.kr

<인터뷰> 세계적 이론물리학자 킵 손

"인터스텔라는 호기심의 상징…대중과 소통은 즐거워"

한국인 천재 제자와 한자리에…킵 손-박석재-송유근 3대 사제지간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스티븐 호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석학, 30여년 전 그의 도움으로 논문을 쓸 수 있었던 국내 천문학 최고 권위자, 그리고 그의 가르침을 받으며 과학자의 길을 걷는 천재소년.

누구 하나 평범하지 않은 세 사람이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터뷰룸에 모였다.

주인공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총 과학 자문을 맡은 세계적인 석학 킵 손(75) 박사와 박석재(58)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그리고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송유근(18) 군.

킵 손 박사는 20∼21일 DDP에서 SBS 주최로 열리는 서울디지털포럼(SDF) 참석차 방한했다. 송군은 20일 킵 손 박사의 강연에 이어지는 질의응답 세션을 대표로 맡는다.

세 사람이 모이자 가장 먼저 떠오른 화두는 역시 인터스텔라였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 후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한 이 영화는 일반인들에게 과학적 흥미를 돋워주고 상상력을 키워준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스텔라는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고 만든 것입니다. 영화 면면을 보면 과학적으로 정말 흥미로운 부분이 많지요.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이 혼란스럽고(puzzled),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득 안고 밖으로 나오길 바랐습니다." (킵 손)

"과학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전보다 과학에 대해 많은 흥미가 생겼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박사님처럼 학문적 연구도 연구지만, 대중들과 과학으로 소통할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송유근, 이하 송)

킵 손 박사는 영화가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좋았던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사실 한국인들은 오래전부터 우주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1400년 전에 이미 별 관측대(첨성대)를 지었고 현재 아마추어 천문학 회원만 10만명이 넘죠. 한국에서 인터스텔라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영화 자체가 훌륭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주에 대한 한국인의 호기심이 컸던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겁니다." (박석재, 이하 박)

아직 청소년인 송 군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함께 작업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나 배우들이 어땠는지를 물었다.

"놀란 감독은 모든 것을 세밀하게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이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연 배우인 매튜 맥커너히와 앤 해서웨이는 과학적 호기심이 풍부해 함께 대화하는 데 정말 즐거웠고요. 버버리힐스의 한 고급 호텔에서 맥커너히를 처음 만났는데 소파와 커피테이블만 남겨두고 모든 가구를 다 치워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바닥에는 맥커너히가 영화에 쓰인 과학적 원리와 관련해 나에게 묻고 싶은 내용을 적은 종이 50여장이 뿌려져 있었죠. 굉장히 좋은 질문을 해서 설명하는 저도 즐거웠습니다. 앤 해서웨이는 처음 만났을 때 '저는 물리학 괴짜(geek)에요'라고 소개했어요. 중력에 관한 질문을 가장 먼저 했는데 그녀의 과학적 호기심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킵 손)

박 박사는 블랙홀 학자로서 영화를 보며 가졌던 과학적 궁금증을 털어놨다.

"영화에서 쿠퍼가 브랜드 박사를 에드먼즈 행성으로 보내려고 블랙홀 밖으로 내보내는 장면이 나오지 않습니까? 여기에 쓰인 원리가 '펜로즈 프로세스'(질량이 A+B인 물체 중 B를 블랙홀로 던져넣어 A가 여분의 양의 에너지를 얻고 반대로 B가 음의 에너지를 얻어 A가 블랙홀에서 탈출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은데, 영화를 설명하는 박사의 책에는 언급이 안 됐더군요."

"블랙홀 주변에 있는 불안정한 원형궤도(circular orbit)와 물체의 빠른 속도를 이용하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펜로즈 프로세스로 볼 수도 있겠네요." (킵 손)







킵 손 박사는 6년 전 교수직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대중문화 작업에 나섰다. 그는 이런 활동을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듯 보였다.

"새로운 커리어를 찾아 나서면서 앞으로 20년은 저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연구는 계속 하고 있지만 보다 다양한 활동에 관심이 있죠. 그래서 현재 영화를 한 작품 더 준비 중이고 물리학 교육에 관한 박사 수준의 책도 집필하고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친한 친구인 스티븐 호킹, 칼 세이건 모두 과학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일을 즐기고 있습니다. 다른 동료도 내가 하는 활동을 응원하고 지지해주고요."

킵 손 박사는 이번 디지털포럼 강연에서 '깨어 있는 호기심-새로운 돌파구를 찾다'라는 주제에 맞게 호기심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호기심이라는 주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우리는 어린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북돋워주거나 길러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죠. 오늘부터 21일까지 사흘간 한국에 머무는데 21일에는 이화여대와 고등과학원에서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위한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그 자리에서 무엇보다 '영감'을 주고 싶어요. 과학자로서 흥미롭다고 느낀 과학적 정보를 그들에게도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날 세 사람이 한 데 모인 것은 재미있는 사연으로 '3대' 사제지간이 됐기 때문이다.

"1987년 논문을 쓰다가 해결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 박사에게 질문을 담아 편지를 보냈습니다. 며칠 뒤 친절한 조언이 담긴 답장을 받았고 그 덕분에 논문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죠. 제가 박사의 가르침을 받았고 유근이가 제 가르침을 받고 있으니 사실상 유근이가 박사의 '손자'격이나 다름없습니다."(박)

킵 손 박사는 송 군과 같은 젊은 과학자들에게 선배로서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여러 번 강조했듯이 호기심을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학생 대부분은 정규 교육과정에만 집중하면서 지적 호기심을 잃게 되죠.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지고 성과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항상 궁금증을 갖고 적극적으로 다양한 기회를 찾길 바랍니다."

"박사가 수십 년째 진행 중인 '리고'(LIGO; 중력파검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가능할까요?"(송)

"물론이죠. 그럴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킵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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