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들여다볼 수 있을까"에 픽사가 답한다 '예스!'
칸영화제 '인사이드 아웃', 피트 닥터 "딸에게서 영감 받아"
(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무릎을 칠 수밖에 없는 기발한 상상력과 어른의 얼어붙은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따뜻한 정서.
픽사가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요인을 간단히 꼽아보자면 두 가지일 것이다.
신작 '인사이드 아웃'은 두 가지를 완벽히 갖췄다는 점에서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월·E', '업'으로 이어지는 픽사의 필모그래피에 핵심적인 영화로 기록될 듯하다.
18일(현지시간) 전 세계 기자와 평론가들이 모인 가운데 '인사이드 아웃'이 처음 공개된 칸 국제영화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1시간반 동안 박장대소와 코훌쩍이는 소리,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번갈아 흘러나왔다.
이 애니메이션은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피트 닥터 감독은 상영 후 기자회견에서 "활력 넘쳤던 딸 엘리가 10대 청소년이 되자 조용해졌다"며 "그때 '네 머릿속에 뭐가 든 거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주인공 11살 여아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서사화하고 시각화한다. 그 과정은 다섯 가지 감정을 각각 담당하는 다섯 캐릭터의 몫이다. 기쁨(Joy), 슬픔(Sadness), 공포(Fear), 분노(Anger), 싫음(Disgust)이라는 이름의 캐릭터들은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기억을 저장하고 꺼내온다. 감정을 조절하고 판단을 내린다.
기억이 저장되는 공간, 기억이 모여 형성하는 성품, 기억의 원천이 일으키는 새로운 감정, 쓸모없는 기억이 지워지는 과정, 미지의 세계인 꿈 공장, 기억의 심연에 사는 상상 속의 친구 등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향연은 관객의 마음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다섯 감정 중 리더가 '기쁨'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사람은 결국 행복해지려고 살아가는 것임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행복을 찾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는 것이 이 영화가 바라는 바일 것이다.
'기쁨'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할리우드 코미디언 에이미 팔러는 "'기쁨'은 모든 걸 움직이게 하는 모터 역할을 한다"며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게 잘 되고 있다고 말하는 일이라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유머의 디테일이 단단한 바탕을 깔아주는 가운데 차곡차곡 쌓여 나가는 감정은 섬세한 결을 지닌 진짜배기다. 별일 아니라고 할 만한 간단한 줄거리로 이야기를 꽉 채우는 것은 이 정서다.
픽사의 최고창작책임자(CCO)인 존 라세터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것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람의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맞물려 자아를 형성하고 그 자아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는 아이를 넘어 어른 관객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상영관에서도, 기자회견장에서도 이 애니메이션에 매혹 당한 많은 어른 기자들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눈물을 흘렸고 아낌없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닥터 감독은 "좋은 이야기란 그런 것이 아니냐"며 "아이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 내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왜 경쟁 부문이 아닌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는지 모르겠다는 이탈리아 기자의 말에 닥터 감독, 팔러 등 출연진 모두 박수를 치며 감사를 표시했으며 라세터는 "여기에 있는 게 우리에게는 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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