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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흡곤란 호소하며 대피하는 승객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8일 오전 서울 독립문역 인근 터널에 멈춘 지하철 3호선 열차에서 훈련에 참가한 시민들이 유독가스 테러상황을 가정해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의 일환으로 실시된 이 훈련은 인명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한 승객들의 신속한 대피와 효율적인 초기 현장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2015.5.18 hama@yna.co.kr |
지하철 유독가스사고 훈련…실제상황 상상하니 '아찔'
안전처 등 7개 기관 대피훈련…박인용 장관 "결과 바탕으로 매뉴얼 보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가스다! 가스다! 어서 피해!"
18일 오전 3시40분께, 경복궁역에서 독립문역 방향으로 운행 중인 지하철 3호선 열차 내에 다급한 외침과 함께 백색 연기가 퍼졌다.
잠깐 어리둥절했던 승객들은 옷과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고개를 숙이며 일제히 옆 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곧 "객차 내에 유독가스가 퍼지고 있으니 승객들은 맨 앞 열차로 이동해 선로를 통해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다행히도 이날 상황은 실제가 아니라 국민안전처가 지하철 유독가스 사고를 가정해 실시한 훈련이었다.
이번 훈련은 당황한 승객이 임의로 객차 문을 열어 열차가 역과 역 사이에 멈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펼쳐졌다.
승객 역할을 맡은 안전처 직원 200명은 안내방송에 따라 질서 있게 지하철 머리로 이동했고, 역무원과 119구조대원들의 도움으로 열차에서 내려 약 200m를 걸어 독립문역 승강장으로 빠져나갔다.
독립문역 바로 바깥에는 현장지휘소, 인체제독소, 응급의료소 등이 차려졌다.
현장지휘소와 제독소 설치 등 모든 대응은 미리 준비된 것이 아니라 상황 인지 후부터 실시간으로 진행됐다.
현장지휘소에서는 서대문소방서장이 서울메트로, 서대문구청, 서대문경찰서, 56사단 등 관련 기관의 협조를 받아 상황을 통제했다.
훈련은 박인용 안전처 장관이 상황 보고를 받는 것으로 4시 20분께 끝났다.
승객불편을 고려해 새벽에 실시한 이날 훈련에는 7개 기관에서 411명이 참여했다. 승객대피, 부상자 구조·응급처치, 오염물질 제독 등 긴급대응을 연습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훈련에서 재난대응 매뉴얼이 현장상황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고, 기관 간 협조체계도 확인했다.
훈련에서 현장긴급구조통제단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은 김용준 은평소방서장은 훈련을 마친 후 "지난해 법 개정으로 재난현장의 지휘권이 명확해져서 더 효율적으로 재난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보완해야 할 점도 드러났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승객이 200여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열차의 좁은 통로와 문, 비상계단으로 탈출하는 데에는 10분이 훨씬 넘게 걸렸다.
실제 유독가스가 퍼지는 사고였다면 열차 내에서 장애인과 노약자를 포함, 대량의 인명피해 발생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또 실제 상황이라면 승객들이 "다른 객차의 문을 열면 위험하니 맨 앞칸까지 이동한 후 선로로 탈출하라"는 안내방송을 따를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무작정 열차 안에서 순서를 기다리기보다는 가까이에 있는 문을 강제 개방하고 탈출하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속출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은 "현장 훈련을 해보니 지하철 재난이 순식간에 막대한 인명피해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느꼈다"면서 "오늘 훈련에서 도출된 문제점을 개선하고 매뉴얼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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