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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A/PETE MAROVICH |
'공화당의 베트남전' 이라크전에 젭 부시 발목 잡히나
이라크전에 입장 갈팡질팡하며 '형의 유산' 속으로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형의 유산인 '이라크전 망령'의 늪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공식 출마선언을 차일피일 미루며 외곽 후원조직을 통해 선거자금을 쓸어담는 등 기세를 올려온 그가 최근 형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시작한 이라크전에 대한 입장을 놓고 갈팡질팡하면서 국정운영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그는 지난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밝혀진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이라크 침공을 승인했을 것인가'라고 진행자인 메긴 켈리가 묻자 "그랬을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그랬을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런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답변으로 논란이 일자 다음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시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모르겠다"며 진행자인 켈리의 전날 질문이 "가정적인 질문이었다"고 황급히 말을 바꿨다.
13일에는 네바다 주의 타운홀미팅에서 "가정적 질문에 답하는 것은 많은 전사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자 그는 14일 애리조나주의 한 행사에서 "만약 가정적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면, 나는 이라크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3일에는 네바다 주 타운홀미팅 막바지에 "당신 형이 '이슬람국가'(IS)를 만들었잖아요"라는 한 여대생의 공격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논란에 휘말리기 전 애초 이라크전에 대한 부시 전 주지사의 입장은 "확실히 실수가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이라크 증파는 어떤 대통령도 할 수 없었던 가장 영웅적 행동의 하나였다"라는 것이었다. 지난 2월 시카고에서 했던 외교정책에 관한 연설에서다.
하지만, 그는 최근 후원 모임에서 "형이 이스라엘 정책에 관한 조언자 중의 한명"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스로 '형의 유산'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보적 관점에서 보수 매파가 판치는 공화당 내에서도 이라크전에 대한 지지는 일종의 금기처럼 돼 있다. 침공의 이유였던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고 결국 철수로 내몰리면서 이라크전은 '공화당의 베트남전'으로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 됐기 때문이다.
이미 공화당 잠룡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지난 12일 CNN 인터뷰에서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혀 부시 전 주지사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특히 그는 13일 라디오에서 "대선에 나오려는 사람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부시 전 주지사를 압박했다. 다른 공화당 주자 5명도 이라크전에 관한 한 크리스티 주지사와 입장을 같이한다.
브렌트 브도스키 전 의원보좌관은 13일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 기고에서 "부시의 이라크전에 대한 혼란스러운 입장은 심각하고 지속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며 5가지 관점에서 부시 전 주지사가 어려운 입장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시 전 주지사로서는 이라크전을 감행한 형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려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으며, 이 어젠다가 최대 경쟁자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부시 전 주지사의 실수는 대통령 후보로서 그의 정치적 능력과 집권능력에 대한 핵심적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보수단체인 '포아메리카'(ForAmerica)는 이번 주 온라인광고를 내 부시 전 주지사는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 단체의 브렌트 보젤 회장은 부시 전 주지사를 포기하고 그의 경쟁자 중 한명을 지원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부시가 지명되면 클린턴 전 장관이 당선될 것"이라며 "공화당은 가능성 있는 보수 후보 없이는 선거를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CNN도 이날 "조지 부시 전 대통의 집권을 규정하고 2008년 대선 레이스에서 양당의 후보를 괴롭혔던 이라크전쟁이 다시 돌아왔다"며 "이번에는 젭 부시에게 두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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