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월> ① '중국 혈맹' 북한, 러시아 손 잡았다

편집부 / 2015-05-14 12:00:07
부채탕감 등 경협 토대 구축…남북러 3각협력에 관심
△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가운데 왼쪽)이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제7차 러-북 통상경제·과학기술협력 정부 간 위원회에서 회의 결과를 담은 의정서에 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북러 밀월> ① '중국 혈맹' 북한, 러시아 손 잡았다

부채탕감 등 경협 토대 구축…남북러 3각협력에 관심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김일성-스탈린 시대 이후 50여년 만에 최고의 선린관계를 구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다방면의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 진출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북한 역시 러시아를 향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이다.

북한의 전통적인 혈맹인 중국은 지난해 장관급 이상 고위 인사를 단 1명도 북한에 보내지 않았다. 반면 러시아에서는 유리 트루트녜프 부총리와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 등이 잇달아 평양을 찾아 양국 간의 우애를 과시했다.

북한과 러시아 간에 새롭게 형성된 허니문의 핵심 분야는 경제다.

러시아의 극동지역 개발을 총괄하는 갈루슈카 장관은 지난해 12월 '한-러대화(KRD)'포럼에 참석한 한국 언론인과 간담회에서 "2014년은 북한과 러시아가 협력모델을 찾은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탐색전 양상을 보이던 양국 간 경제협력이 2014년을 기점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본궤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사실 양국의 경제협력은 지난해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채무 탕감 협정 비준안에 최종 서명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이 협정으로 러시아는 북한의 약 109억달러 채무 가운데 90%를 탕감하고 남은 10억 9천만달러는 20년에 걸쳐 분할 상환받기로 했다.

또 북한 대외무역은행에 개설된 러시아 대외경제은행인 브네슈에코놈방크 계좌로 송금될 채무 상환금을 북한의 보건·교육·에너지 분야 프로젝트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북한이 보유하던 옛 소련의 부채는 북러 협력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이 문제 해결 없이는 러시아가 신규 차관을 제공할 수 없는데다 그런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한 러시아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김석환 한국유라시아연구소장은 14일 "기존 상황에서는 올리가르키(러시아 재벌)의 상업적 이익을 만족시켜줄 수 없었다"며 "러시아 정부의 북한에 대한 부채 탕감은 올리가르키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북러 양국은 채무 탕감에 이어 6월부터 무역대금을 달러 등의 경화가 아닌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결제에 합의하고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무역 대금 결제가 이뤄졌다.

이 합의에 따라 북한의 조선무역은행 등이 러시아에 루블화 계좌를 열었다.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제재 국면을 돌파할 숨통이 트인 셈이다.

러시아의 이런 행보에는 북한을 자국 경제권으로 통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는 올해 1월 옛소련권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주도적으로 창립했다.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3개국으로 시작해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도 EEU에 가입한 상황이다.

북러 간의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양국간 협력은 다방면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양국 정부대표단은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제7차 통상경제·과학기술협력 위원회를 열고 에너지, 자원개발, 인프라, 교육·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회의 결과를 담은 의정서에 서명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러시아가 함경북도 나선과 청진, 함경남도 단천, 강원도 원산-금강산 등 동해안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북한은 함경북도 온성의 구리광산 개발권을 러시아측에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해 논의했다.

양국은 북한 내의 석유화학공장 현대화 사업도 계획 중이다.

4월 초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러 친선의 해' 개막식에서 트루트녜프 부총리는 동평양발전소 현대화, 러시아 여객기 투볼례프(Tu)-204의 북한 수출, 러시아 가스의 북한 경유 한국 수출,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과 한반도 종단 철도(TKR)의 연결 등의 사업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모스토비크 과학생산연합체는 지난해 10월 북한 정부와 총 3천500㎞ 길이의 철도를 현대화하는 '포베다(승리) 프로젝트'에 합의했고 250억 달러의 비용을 투자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협력 확대에 이어 종국적으로는 남한의 자본과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나진-하산 철도 연결사업을 마치고 나서 우리 기업의 투자를 제의했다.

이에 한국 기업 컨소시엄은 2008년 러시아와 북한이 7대 3 비율로 출자해 세운 합작기업인 '라손콘트란스'의 러시아측 지분 49%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참여를 고려 중이다.

러시아는 북한 내륙철도 현대화 사업, 북한과 전력망 연결사업, 천연가스 파이프 연결사업에 '나진-하산 철도연결사업'을 모델로 남한 자본의 참여를 유도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안정성을 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러시아와 협력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갈루슈카 장관은 "경제통상 분야에서 협력이 활성화된다면 한반도의 안보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2001년 푸틴 대통령은 남북러 삼각협력의 필요성을 제안했고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과 러시아가 합의한 다양한 사업들은 규모에 따라 단계별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중장기 프로젝트들은 한국기업의 참여를 염두에 두고 있어 앞으로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받겠지만 비교적 작은 규모의 사업들은 양국 협력관계 속에서 순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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