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라니!" 말괄량이 삐삐 작가가 기록한 2차대전

편집부 / 2015-05-14 11:52:38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사후 13년 만에 17권 분량 일기 출간


"전쟁이라니!" 말괄량이 삐삐 작가가 기록한 2차대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사후 13년 만에 17권 분량 일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신이 광기에 시달리는 이 가련한 세상을 도우실 것이다."

주근깨 가득한 장난꾸러기 소녀의 활약을 그린 동화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9월 1일 남긴 일기의 한 대목이다. 한없이 엉뚱하고 발랄한 삐삐를 탄생시킨 작가의 일기엔 2차 대전을 지켜보는 고통과 종전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겼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1945년 말괄량이 삐삐를 출간해 세계적 인기를 누린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1939년 9월부터 1945년까지 쓴 17권 분량의 일기가 책으로 나왔다.

일기 첫 장은 "오! 전쟁이 일어났다.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는 "어제 오후에 아이들은 뛰어놀고 (이웃과) 공원에 앉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오늘! 독일이 폴란드를 폭격했다"고 썼다.

린드그렌은 라디오에서 온종일 전쟁 보도가 나오고 청년들이 징집되는 혼란 속에 모두가 끔찍하게 낙담하고 있다면서 "신이 광기에 시달리는 이 가련한 세상을 도우실 것이다"라고 적기도 했다.

노르웨이 유대인 1천 명이 폴란드로 추방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날에는 "악마같다"며 진저리쳤다.

1945년 5월 7일엔 "전쟁이 끝났다! 전쟁이 끝났다! 전쟁이 끝났다!"라며 기뻐했다. 스톡홀름 거리가 환희로 넘쳐나고 있으며 모두가 미친 것처럼 굴고 있다는 기록도 남겼다.

"봄이다. 이 축복된 날에 태양이 빛난다. 전쟁은 끝났고 히틀러는 죽었다"고도 적었다.

린드그렌이 일기에 전쟁 얘기만 쓴 건 아니다. 종전과 함께 1945년 세상에 내놓은 말괄량이 삐삐를 구상하는 과정과 결혼 생활의 위기로 인한 괴로움도 일기에 담겼다.

작가가 스웨덴의 특수정보국(SIA) 서신검열부에서 일하면서 쓴 일기도 포함됐다.

일기는 작가의 딸 카린이 달걀과 버터, 빵 같은 것을 담아두던 오래된 바구니에 보관해왔다.

카린은 "엄마의 일기를 더 많은 사람이 읽지 못하는 게 아쉬웠으나 분량이 많아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이번에 출간을 결정했다"면서 "종전 70년과 말괄량이 삐삐 출간 70년을 맞춘 적절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원제가 '삐삐 롱스타킹'인 말괄량이 삐삐는 70가지 언어로 번역돼 6천만 부가 팔렸다. 린드그렌은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기고 2002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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