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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하는 이창래 작가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한국계 미국인 작가 소설가 이창래가 1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이창래 작가 데뷔 20주년 기념판 '영원한 이방인'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5.13 ksujin@yna.co.kr |
데뷔 20주년 이창래 "한국적 요소 항상 다룰 것"
첫 작품 '영원한 이방인' 재번역·출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한국적인 요소는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르겠지만 항상 다루게 될 것 같습니다. 그게 바로 저니까요(That's who I am)."
한국계 미국 소설가 이창래(50)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는 1995년 첫 장편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으로 미국 문단에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 30세. 첫 작품인데도 유려한 문체와 서정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서사를 선보인 그는 이듬해 아메리칸 북 어워드 등 미국 문단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휩쓸었다.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는 1999년 '척하는 삶(A Gesture Life)', 2004년 '가족(Aloft)', 2010년 '생존자(The Surrendered)', 2014년 '만조의 바다 위에서(On Such a Full Sea)' 등 모두 5편의 장편으로 영미 문학계에서 존재감을 굳혔다.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이창래는 한국적인 요소가 자신의 소설에서 빼놓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20주년을 맞아 정영목 번역가가 현재 정서에 맞게 '영원한 이방인'을 다시 번역해 출간한 것을 계기로 방한했다.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 걱정하는 것을 문학에 투영합니다. 저는 책을 서너 권 써가면서 자연스럽게 걱정하는 부분이 바뀐 것 같습니다. 머리가 희어져서 그럴까요, 이제는 개인의 얘기보다는 더 넓은 세계에 관한 얘기를 쓰게 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적인 요소는 어떤 모습이 될지 몰라도 항상 다루게 될 것 같습니다."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창래는 3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했다. 예일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오리건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에서 주식 분석가로 일하다 작가의 길에 들어서자마자 주목받았고, 지금은 미국 프린스턴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일하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항상 새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작가는 현재 중국인 사업가의 모험기를 그린 차기작을 작업 중이다. 새 작품에도 한국과 관련한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소개했다.
새로 번역된 데뷔작은 사설탐정인 재미교포 2세 '헨리 파크'가 한국계 시의원인 '존 강'의 뒷조사를 하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그렸다.
존 강은 어린 나이에 미국에 건너와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며 정치권에 진출한 그는 인종 융화 정책을 추진하다가 견제 세력의 공격을 받고 무너진다. 헨리 파크는 존 강의 파멸을 지켜보면서 어느 집단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그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보고 고민한다.
작품에는 미국에 이민한 뒤 진정한 모국어, 진짜 고향을 찾고자 한 이창래 자신의 갈망이 투영됐다. 다인종 국가라는 미국에서도 소외감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던 젊은 작가의 고민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작품활동을 20년간 이어가면서 그의 불편함은 조금씩 사라졌다.
"어릴 때 느꼈던 주변 환경과 저 자신의 온도 차이는 아직 존재합니다. 하지만 점점 더 편안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굉장히 감정적으로 답답하게 느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지혜로워진다고 해야할까요, 이제 제 인생의 하나의 현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더 많은 한국 작가들이 영미 문학계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했다.
"현대 미국문학의 흐름 중에 가장 흥미로운 것은 새로운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받아들여진다는 겁니다. 문단이 다음에 주목하게 될 목소리가 이민자 사회일지, 아프리카에서 온 여성 작가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죠. 제가 데뷔할 때만 해도 한국계 작가는 특이한 사례였지만 지금은 여러 배경을 가진 작가들이 나왔습니다. 제가 데뷔할 때보다 더 많은 공간이 있지 않나 싶어요."
이창래는 "디지털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우리 인생은 디지털이나 수로 담을 수 있는 신비로운 측면이 많다"며 "문학이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수차례 이름이 오른 그는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제가 좋은 이유로 문학을 한다는 것을 이해해주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돈을 좇거나 유행을 좇지 않고 진지한 문학을 함으로써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제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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