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계전략 클릭조정…'전통적 친미국가'와 멀어지나
영국·이스라엘 이어 사우디와 소원 vs 쿠바·이란과 관계회복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미국이 최근 쿠바나 이란 등 `적성국'과의 관계를 전격 회복하는 반면에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는 흔들리는 외교적 역설에 빠진 모습이다.
대표적 친미국가인 영국과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데 이어 중동의 맹주로 역내 미국의 대리역을 자처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79) 국왕이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시작되는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정상회의에 불참키로 하면서 사우디와의 관계도 적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역학이 요동치는 가운데 미 오바마 행정부의 세계전략이 바뀌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외교적 흐름으로 풀이된다.
12일 미 백악관에 따르면 살만 국왕은 전날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13∼14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걸프국 초청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록 살만 국왕이 자신의 불참에 유감의 뜻을 표명했고, 예멘 사태 등 걸프지역을 비롯한 각종 현안의 해결을 위해 두 정상이 협력할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하지만 이번 일은 미국의 친이란 행보에 대한 사우디 측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과 외신의 대체적 분석이다.
살만 국왕이 중동 패권을 놓고 경쟁하면서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악화도 감수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영국·이스라엘 등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도 매우 어색해진 상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의 반대에도, 다수 야당인 공화당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난 3월 미국 의회 양원 합동연설을 강행했다.
그 이후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한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 이전에 내놓았던 일부 발언들을 뒤집으며 미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사무적 관계"라고 말하는 등 두 나라 정부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싸늘하다.
영국 역시 지난 3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적극적으로 선언하면서 비공식적으로 `AIIB 반대론'을 펼치던 미국 정부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시 영국의 AIIB 참여 선언은 독일이나 프랑스, 호주 같은 다른 나라들이 AIIB 가입 결정을 내리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전까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냉전'과 에너지자원 수급 구도가 최근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이 스스로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하면서 중동 최대 산유국이자 미국의 석유공급선 유지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우디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반감된데다 영국도 경제력 약화로 감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안보적 측면에서 미국의 세계전략에 큰 도움을 못 주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포린폴리시는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후보자들 모두 영국이나 이스라엘,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겠지만, 상대국들도 내부의 정치적 구도 등으로 인해 전처럼 대(對) 미국 외교에 올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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